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멈춤과 항룡유회(亢龍有悔)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촬영된 사진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정상 직전에서 많은 인파로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몇백 명이 대기하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영혼의 산’이란 이름의 히말라야가 주는 영감도 세계 최고봉 등정이라는 감동도 없었다. 등반 상업주의가 자연을 파괴한다는 느낌마저 주는 사진이었다. 고산 등반규칙을 어긴 대가는 혹독하여 등반시간 지연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너무 높이 오른 용은 후회를 남긴다” 공자는 너무 높이 오르지 말고, 올랐다면 극히 삼가고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등산에서 오른다는 것은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고 내려오는 하산의 시작이 된다. 모든 등반에서 가장 위험한 때가 하산할 때이다. 어떤 등반 전문가는 위험을 감지하고 정상을 목전에 100m를 두고도 하산했다고 한다. 그가 진정한 전문가이다.

 

수술이 아무리 잘되어도 환자가 숨을 쉬지 않으면 실패한 수술이다. 멈출 때를 알고 실행하면 진정한 프로다. 정상 직전에 멈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지녀야 가능하다. 무리하더라도 조금 더 전진하여 획득될 정상이 주는 욕망과 이익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또 멈추었을 때 돌아오는 비난과 책임을 견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중에 욕망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더욱 어렵다. 조금만 무리하여 한 발을 더 내디디면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무리해서라도 얻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렇게 얻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과도 일치한다.

 

최근 스포츠 뉴스에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감독에게 배우지 못한 것’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기사평이었다. 주식하는 분들에게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더이상 오를 곳이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 스스로 끝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주가의 경우에는 끝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스스로 인식하고 멈추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때 판단의 기준이 객관적인 데이터였는지, 아니면 욕심이었는지에 따라서 시간이 지난 뒤에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역사학자 중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극적으로 전사하여 만고의 영웅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시에 전사하지 않고 전쟁이 끝났다면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역적의 누명을 쓰고는 사약을 받고 역사 속에서 지금과 같은 영웅으로 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추측한다.

 

최근 대선 정국을 보면 과거 조선시대의 치열한 당쟁을 보는 듯하다. 두 진영 간의 비방이 예의도, 윤리도, 도덕도 없다. 물론 치킨게임 형태로 된 것은 현 대통령제가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당쟁의 잔재란 생각도 든다. 선거 또한 등산처럼 정상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기 때문에 오를 때 룰을 지켜야 하건만, 서로 다음을 생각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선을 넘는다. 과거 조선역사를 돌아보면 당쟁이 살상으로 인륜의 선을 넘으면서 진 편이 멸문지화를 당하게 되면서 국익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염려하게 되었다. 결국 국가가 망하며 둘 다 망하고 승냥이 같은 매국자들이 이권을 독식하는 참담한 결과를 내었다.

 

윤리, 도덕, 인륜 등 모든 사회 속에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다. 그 선 앞에서 멈추려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끼리 다툼에도 선이 있었다. 상대방 부모님을 욕을 하면 결국 코피가 터지는 싸움으로 번진다. 어린아이들도 선을 넘지 않는 지혜가 있었다. 옛날 화공 중에는 용의 그림을 다 그리고 마지막의 눈알을 그리는 화룡점정을 하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사가 완성보다는 약간의 여유를 남기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그림도 자연을 따라 약간의 미완을 남겨두었다. 적절한 멈춤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