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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자장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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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57)

80년대 말 ‘우동 한 그릇’이란 일본 단편소설이 유명했다. 매년 마지막 날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 일본에서, 어느 우동가게에 영업 종료 전 초라한 행색의 엄마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와 미안한 기색으로 소바 한 그릇만 주문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난한 엄마는 돈이 부족하여 한 그릇으로 세 명이 나눠 먹으려 했고, 주인장은 모르는 척하고 국수를 더 많이 넣어주고 해마다 그들 세 모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었다. 나중에 성장한 아들들이 성공해 국수 가게를 찾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내용으로,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해 큰 감동을 준 소설이었다. 그 후 실화가 아니라는 후문과 작가의 사기 행각 등으로 일본에서는 퇴색된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동 추천 도서에 실리곤 한다.

 

며칠 전, 여대생으로 보이는 고객이 자장면이 배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고객은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배달라이더는 문 앞에 전달했다고 말하며 서로 이해가 충돌했다. 라이더는 억울한 마음에 동네 쓰레기통을 모두 뒤졌고, 자신이 배달한 자장면을 고객이 먹고 버린 흔적을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과학수사팀까지 동원됐고 결국 고객은 배달이 늦게 와서 홧김에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라이더가 일하지 못한 시간을 배상하는 것으로 9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기사를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이는 ‘우동 한 그릇’에서 느끼는 감동과 정반대되는 먹먹함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하는 참담함이다. 이 사건은 여중생이 아이를 낳고 유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청소년이 출산하고 아기를 유기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면, 이 사건은 기다리면서 화가 난 것을 타인에게 화풀이한 것이다. 가해자는 그저 골탕 정도의 장난이며, 자신을 화나게 했으니 피해자는 그 정도는 당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그녀 행동이 지금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모습은 아니다. 하나의 특수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란 것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년 전이었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10~20대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줌마들의 ‘창피함을 모르는 행동’이었다. 약간의 이익을 위해 창피함을 감수하는 아줌마들의 행동을 젊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자장면을 먹고도 못 받았다고 우기는 그녀 행동에는 그런 ‘창피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창피함이란 부끄러움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내면의 느낌이며 양식이다. 통상 양심에서 부끄러움이 나오고 수치심에서 창피함이 나온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고사성어다. 여기서 恥는 마음이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지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두 담고 있다. 비록 한 명일지라도 20대 여성이 ‘창피함’을 잃어버린 것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여성을 특별히 강조해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감수성과 감정이 예민하기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는 정도가 남성보다는 섬세하기 때문이다. 남성이 ‘창피함’을 모르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도덕성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듯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그녀 개인의 성격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그런 사회가 되어버렸지 않았나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내로남불’을 어떤 창피함도 없이 행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학습효과로 나타나 ‘창피함 불감증’을 만들어 낸 것 같은 우려가 있다. 인성교육이 무너진 교단과 교육이란 용어가 사라진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이 온통 후안무치다 보니 ‘창피함’에 대한 역치가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즉 웬만해선 ‘창피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 듯하다. 결국 그녀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이 표출된 한 부분일 수 있다. 우동 한 그릇과 자장면 한 그릇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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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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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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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