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한국식 나이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60)

외국 유학할 때 가장 혼선이 온 질문 중 하나가 나이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 외국에서는 만 나이를 사용하는 반면 우리는 실생활에서 한국식 나이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 가지 나이를 사용해왔다. 우선 한국식 나이는 태어나면서 1살이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면서 태중 10개월을 나이로 계산해준 것이다. 다음으로 만 나이는 출생일을 ‘0살’로 시작하여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한다. 또 하나는 학교나 병역 의무 등과 같은 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서 사용되는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는 연 나이가 있다.

 

이번 인수위에서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여 ‘K나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반가운 것은 필자 전공이 Growth & development다 보니 환자들 Age를 많이 사용한다. 환자와 대화에서 나이를 물어볼 때 두 번 묻지 않게 될 것은 반갑다. 교정과는 chronologic age보다는 bone age에 더 관심이 많아 한국식 나이를 사용할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성장기 환자에서 나이를 여러 번 물어보는 것이 종종 있었다.

 

필자는 예전부터 외국에 비해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해준 선조들의 생각이 담긴 한국식 나이에 정서적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변화는 약간 아쉬움도 남는다.

 

태아도 사람으로 인정하는 한국식 나이는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를 지녔다. 그중에서도 과거에 영유아가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들에 대하여 더 강한 애착을 지녔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처럼 의료가 발전해 영유아 사망률이 낮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영유아 유기 치상 혹은 아동학대 사건들도 영유아 사망률이 낮아지다 보니 상대적 소중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DPT 접종 하나로 끝나는 일이지만, 과거에는 생사를 한 번씩 넘어야 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특히 홍역은 역사극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듯이 영유아 생존에 치명적이었다. 100일과 돌상을 차리고 축하하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은 백일상과 돌상에 생존에 관한 의미는 완전히 사라졌고 단순히 날짜개념으로 바뀐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희석된 것은 아쉽다.

 

수많은 전쟁을 경험한 우리 선조 부모들은 자식 목숨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반면 최근 부모들은 경제 상황이 나빠져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에 부모 없이 고생하면서 살아갈 어린 자식들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경우들이 있다. 과거 부모와 현재 부모 마음이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던 부모 마음에서 고생하고 살 바에는 같이 죽는 게 낫다고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 내면에는 아마도 살아있는 것이 당연시되다 보니 생명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가난하고 아이들이 하루하루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던 시절과 생존은 당연하고 넉넉하게 사는 것마저 얻어야 하는 지금의 차이가 부모들 마음을 다르게 만들었다.

 

이제 K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게 된다. 의료와 과학의 발달로 한국 나이의 비과학적인 계산법이 통용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 선조들이 지녔던 생명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던 정서가 담겨있는 한국 나이가 사라지는 것도 시대적 흐름이고 환경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필자가 굳이 보수적인 생각을 유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을 만나면 나이를 이야기하며 서로 정서가 다름을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사용되던 한 가지 주제가 사라지는 것은 조금 아쉽다.

 

선조들 행동 속에는 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100일을 살아서 고마워했고 돌을 넘겨주어서 아이와 하늘에 감사를 표했다. 지금 70세가 넘으신 분들 중에는 생일과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분들이 많다. 당시에는 출생아 사망률이 높아서 몇 달 지켜보기 위해 출생신고를 늦추는 것이 상식 아닌 상식인 시절이었다. 생명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건만 가치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것이 아쉽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울과 불안의 관계
우울과 불안은 현대인 심리적 고통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물론 개개인으로 접근하면 성격에 따라 나타나는 형태와 민감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상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집착은 우울을 만들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다.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에서 불안은 늘 우울을 유도하기 때문에 우울 속에 불안이 포함되는 관계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파악한다. 인류가 탄생하고 좀 더 많이 우울하고 불안한 자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성향이 결국 DNA 속에 내재되었다. 인체가 감염되면 염증유전자가 발현되며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분저하 유발 시스템이 가동된다. 우울모드로 진입되면 외부 활동을 중지하고 에너지 비축으로 회복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한 모습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받는 데 유리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집중력을 높이고 위험 회피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되어 생존가능성을 높였다. 불안은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서 집단 내에서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집

재테크

더보기

이스라엘-이란 분쟁 속 2025년 6월 원달러 환율 시황과 전망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또한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가와 달러인덱스의 움직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으며, 환율의 향후 방향성에 따른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이 칼럼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글로벌 금리 사이클과 프랙탈 분석을 바탕으로 전망하고,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2025년 6월 18일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위기 국면(C)의 진입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환율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필자의 지난 분석에 따르면, 경제위기 국면(C)의 시작은 2025년 4분기(10월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시기가 다가올수록 환율의 상승 압력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과거의 금리 사이클과 환율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환율은 대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급등하면서 이전 고점을 돌파하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나타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두 달간 꾸준한 하락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