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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엉터리 판결과 중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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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61)

어린 시절 누구나 들어봤을 황희 정승의 ‘엉터리 판결’을 처음 들었을 땐 그저 옛날이야기였다. 어느 날 남녀 하인 둘이 다투다가 황희에게 판단해달라고 하였다. 우선 여자 하인 말을 듣고는 “네 말이 옳구나”고 답했다. 이에 남자 하인이 하소연하자 그때도 똑같이 대답했다. 이 모습을 안방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어떻게 이쪽저쪽이 다 옳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희는 “당신 말도 옳소”라고 답했다. 이런 그의 태도와 정신세계가 18년 정승을 할 수 있게 했고 지금까지 역사에 명재상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했다고 생각된다.

 

예전엔 그의 판결이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족하고 기회주의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필자가 그의 나이가 되어보니 3명을 모두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지하지 않은 쪽으로부터의 공격은 피할 수 있지만, 소속과 지지 세력을 잃을 수 있다. 또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지도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튀어야 사는 환경에는 더욱 그렇고 심지어 극단의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렇다. 우선 정치 집단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치권 모습을 보면 ‘검수완박’, ‘내로남불’ 등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마치 안 되면 자신들이 종말을 맞이할 정도로 극단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들도 국익이라는 포장 아래서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영향인지 개인들도 자신만 뒤처진다는 집단 불안감으로 영끌을 통하여 무리하게 집을 구매하였고 미친 듯이 집값을 올려놓았다. 역시 극단으로 치달은 모습이다.

 

하지만 극단은 다시 회귀하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온다. 동양철학에서는 ‘양이 극에 이르면 일음이 생하고 음이 극에 이르면 일양이 생한다’고 하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등산을 하며 정상에 오르면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모든 고행을 다 해본 석가모니는 고행을 버리고 중도를 택하며 깨달음을 이루고 조현을 이야기하였다. 조현이란 거문고 줄을 조절한다는 뜻으로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나지 않고 너무 빡빡해도 소리가 나쁘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는 의미다.

 

이런 중도를 도인이니 수행자가 아니면 황희처럼 사회생활에 접목하여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삶을 살았던 그의 위대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치과에서 직원 간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황희와 같은 중도적 판단으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우선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은 원장이라고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쪽의 주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반대 입장의 직원은 분쟁에서 패배하고 미움과 원망을 안고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부모님과 시장에 가면 선친께서는 “싸고 좋은 것을 주세요”라고 말하곤 하셨다. 이때마다 어머니는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싸면 나쁘고 좋으면 비싸지요”라고 말하셨다. 두 분 말씀은 모두 맞다. 아버지는 싼 것이지만 가성비 대비 좋은 것을 의미하는 생각의 중도를 말씀하였고, 어머니는 가격도 중간이며 성능도 중간 정도인 현실의 중도를 말씀하셨다. 늘 생각의 중도와 현실의 중도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의 중도는 이상적인 반면, 현실의 중도는 실현 불가능하거나 어정쩡한 타협 정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타인에게 개성이 있거나 강하게 보여야만 하는 사람들은 현실의 중도를 선택하기 어렵다. 타인의 기억 속에 살아남기 위하여 중도를 포기하고 극단을 선택하기 쉽다. 최근 들려오는 모든 뉴스거리들이 가평 계곡사건처럼 극단의 극단을 넘고 있다. 현실 속에서 한 번 극단의 선택을 하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연결되어 계속 벼랑 끝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엔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극단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도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결과로 편한 마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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