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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원하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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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62)

젊은 외국인 여성 환자가 한국인 남편과 내원했다. 비영어권이었고 무슨 연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남편도 간단한 소통이 어려워 구글 전용 앱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환자는 본국에서 1년 전에 교정치료를 시작했고 한국서 계속 치료받고 싶다고 했다. 일단 구강을 살펴보니 비발치로 진행되었으며, 전치는 배열되었으나 순측 경사되어 오버젯이 있었고, 좌측 구치부에 반대교합이 있었다. 통역이 없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겨우 통역앱을 통해 환자가 상악 전치 두 개가 측절치와 같은 위치로 들어가길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 경험으로 보면 환자는 골격성 2급형 얼굴에서 비발치로 치료해 입이 돌출돼 보이는 것이 싫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한 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결국 병원 국제통역부 지원을 받기로 하고 통역 예약이 가능한 날짜를 잡고 돌아갔다.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발치로 진행하면 전치부가 순측 경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골격성 2급 얼굴에서 입이 돌출돼 보일 수 있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담당의는 발치와 비발치의 장단점을 설명해주었을 것이고, 선택은 본인이나 부모님이 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의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고 심지어는 환자와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입이 들어가는 것과 비발치라는 상반된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것은 모순이다. 통상 비발치는 잡지만 돌출입이 개선되지 않는 토끼는 놓친다. 이런 경우라면 필자는 언제든지 발치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치료를 시작하고 환자가 요구하면 바로 발치를 시행해 분쟁을 차단한다. 하지만 이 외국인 환자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필자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필자 또한 그녀에게 해결하여 줄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전달할 수 없었다. 차후에 통역이 동반되어 온다면 필자는 우선 비발치로 인한 치아의 순측 경사를 이해시켜야하고, 본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구치부 반대교합을 설명해야하고, 입이 나와 보이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치가 필요한 것까지 설명해야한다. 그나마 처음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시작한 의사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말하기 좀 편한 것은 다행이다.

 

입이 들어가길 원하면서도 발치하지 않으려는 환자는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필자는 “공부하지 않고 놀면서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뭔가는 포기해야하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닌가요? 시험을 잘 보려면 노는 것을 포기해야하고, 노는 것을 선택하면 시험을 포기하면 됩니다. 둘 다를 얻으려면 두 개 모두 어정쩡해지기 쉽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안면 비대칭이나 골격성 3급 환자들처럼 뚜렷한 목표를 지닌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환자는 선택 장애를 호소한다. 골격성 환자들은 소통이 수월하고 이해도가 높다. 환자들 자신이 평생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서 많은 고민과 해결 방법을 모색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조금만 개선하길 원하는 환자는 만족시키기 어렵다. 약간의 변화는 그리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앞에서 언급한 외국인 환자처럼 환자가 인식하는 것과 의사가 인식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치료 후에 환자가 만족하기 어렵다.

 

치료 후에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같다. 치과 인테리어를 하다보면 미리 계획하고 진행하지만 때때로 색깔이 마음에 안 들거나 동선이 겹치는 등으로 뜯어내고 다시하거나 색을 다시 칠하는 경우도 있고 조명을 바꾸거나 벽을 통째로 없애는 경우도 있다. 인테리어를 해보면 언제나 처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20여년 인테리어를 해보고 생긴 노하우는 끝날 때까지 절대로 처음 세운 계획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중간에 계획을 절대로 바꾸지 않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리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고 높은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환자의 기대치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것도 치과의사의 역할이다. 환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기대치를 낮출 수 있다면 진정한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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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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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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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