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이번 호부터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고있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몇 차례에 걸쳐 다뤄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그 첫 번째로서, 설명의무란 무엇인지, 설명의무를 위반할 경우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설명의무란
의사와 환자 간에 적정한 신뢰관계가 구축되려면, 환자가 자신에게 시행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 이해하고 동의하는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환자는 자신의 현재 상태와 자신에게 행해질 의료행위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춰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알고 그에 기초하여 진료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행위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데, ‘의사의 설명의무’란 바로 이러한 과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특히 의료는 그 특성상 신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고 있으므로, 환자로부터 이에 대한 ‘승낙’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의사의 설명의무란 의사-환자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요즘은 과거와 달리 의사-환자 간 관계를 진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계약관계’로 이해하고 있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그리고 받는다면 어떠한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명의무의 중요성은 계속하여 커지고 있습니다.
■ 설명의무의 법적 근거
1) 헌법 :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근거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2)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보건의료서비스에 관한 자기결정권)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 방법, 의학적 연구 대상 여부, 장기이식(臟器移植)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
3)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응급의료의 설명ㆍ동의) |
4) 의료법
제24조(요양방법 지도) 의료인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한다. |
■ 설명의무 위반 시 법적 책임
1) 정신적 손해배상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취지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습니다(의약품 투약 등으로 인하여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46511 판결). 하지만 이러한 의미에서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습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등 참조).
2) 의료과실의 인정 효과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진료상 과실과 유사하게 환자의 전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3) 과태료
『의료법』은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위험도가 큰 유형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때 이행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고(의료법 제24조의2),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92조 제1항 제1호의2).
■ 시사점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입니다. 특히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7다41904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의료행위를 하기 전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그러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