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6,000억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의학적 비급여는 얼마나 체감할 수 있게 급여화되었는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이 부문 이용량과 진료비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애초에 재정 추계 자체가 잘못됐다.
이 결과는 이달 말 감사원이 발표할 예정인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감사원은 건강보험정책 결정에 외부 심의가 들어가지 않아 의사결정이 폐쇄적으로 이뤄지는 점, MRI 등 보장 확대 항목 심사가 부실했던 점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서에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성공했다면, 3,900만여명이나 되는 국민은 그들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에서 보장받던 초음파, MRI 등 비급여 치료가 급여화됨에 따라 이득을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비급여 치료비가 급여 치료비로 전환됨에 따라 이를 보장하던 실손보험사들의 재정이 흑자로 돌아서고 실손보험료 또한 오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평균 실손보험료 증가율은 13.4%에 달했다. 뉴스에는 실손보험사들의 적자가 병의원들과 과다 이용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기사투성이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실손보험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당시 많은 의료인이 이를 반대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넘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상반기에는 132.3%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객에게서 100만원을 받아 132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의료인들의 예측 그대로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보장률은 높아지고 의료이용률은 늘어나게 되어있다. 문재인 케어의 초기 추계가 맞을 수 없는 이유고, 실손보험사들의 적자가 비급여의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늘어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피보험자인 공적보험이다. 3,900여만명이나 가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가입 국민도 있는 실손보험은 엄연한 민간보험사의 영리보험 상품이다. 국가가 실손보험에 가입한 일부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나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치과계가 한마음으로 반대하고 있는 비급여 공개 및 보고도 주요 추진 이유 중에 국민과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비 사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실손보험사가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추계하고 사용실태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일부 의료기관을 표본 추출하여 파악해도 충분한 것을 의료기관 전체를 전수조사하며, 우리 국민의 비급여 진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자칫 과거 약학정보원 사태에서 국민의 처방전을 외국의 다국적 제약사가 수집하였던 예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애당초 시장경제에 대해 정부가 과다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고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정치적 프레임에 맞춰 정책을 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건의료정책은 정치적 홍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밝히고 싶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