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왕벌의 비행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5)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을 했다. 4년 전에도 한국인인 선우예권이 우승해 연속으로 받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마저 남겼다. 필자도 간간이 심심하면 베르디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어려운 음악을 이해할 만큼 클래식 마니아는 아니다. 뉴스를 들으며 호기심이 생겨 유튜브에서 그의 연주 모습을 보며 ‘신명나다’란 단어가 떠올랐다.

 

순수 국어인 ‘신명나다’는 ‘저절로 일어나는 흥겨운 신과 멋이 생기다’로 ‘신나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신남이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개인이면 ‘신난다’라 하고 여러 명이면 ‘신명난다’라고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구분돼 보이지 않는다. 여러 명이 같이 놀다 보니 개인의 ‘신남’이 배가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많지만 임윤찬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신명나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신명난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신들린 모습은 무속인이 신(神)이 들어와 접신한 상태에서 작두에 오를 때처럼 평소와 다른 모습 상태라 할 수 있다. 한자어에 ‘신명(神明)’이 있지만 ‘신명나다’와는 의미가 다르고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의미에 가깝다. 신명이 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신남을 최고로 극대화하여 다다르기 때문이다. 연주하는 임윤찬 모습은 신명난 모습 그 자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대회는 악마의 스케줄이라고 한다. 예심 이후 준준결선, 준결선(독주, 협연), 결선(실내악, 협연) 등 총 5번 치러지는데 통상 한 번에 40여분 이상을 연주하기 때문에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로 갈수록 지치기 쉬운데 임윤찬이 점점 더 힘이 나는 모습에 놀랐다는 평가를 보고 서양 사람들이 한국인의 ‘신명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했다. 영어로 한(恨)이란 표현이 없듯이 ‘신명나다’라는 표현도 없다. 표현할 단어가 없으면 그 경지와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연주가 신명나면 갈수록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매우 빨리 쳐야 하는 곡 중에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손놀림이 요구된다. 유튜브에 여러 사람들이 올린 연주 모습을 보면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없이 많은 연습이 달인의 경지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연습이 만들어낸 달인 경지에 감탄하지만, 왕벌의 비행을 치는 연주자들을 보며 탄성과 더불어 수많은 연습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수많은 연습시간에 자신의 신남을 신명남까지 올리면 최고의 명인이 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 견디기 쉽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기술자는 넘어야 할 과정을 견뎌야 한다. 좋은 칼이 나오기 위해서 수많은 방망이질과 재련을 견뎌야 한다. 명인이나 대가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좋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다 보니 좋아졌을까, 아니면 깨달음의 경지인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무심의 경지에 간 것일까.

 

모든 기술자는 공통적으로 수련을 통해 숙련시키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자신의 색을 입힐 수 있고 물아일체의 경지에 가야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루함에 포기를 한다. 한 단계를 넘으면 어설픈 경지에 만족해 더 힘든 고난의 연습을 피하거나 혹독한 수련기간 동안의 힘든 기억에 갇혀서 즐기지를 못한다. 자신의 일을 신나서 하기 어렵다. 기술자가 신이 나서 할 수 있다면 신명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최근 MZ세대 특징 중 하나로 이직을 많이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실천하는 세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련기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시기에 임윤찬 우승은 그런 우려를 한 번에 정리해주었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 손흥민, 임윤찬처럼 명인 반열에 오른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결국은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즐기는 신명남을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제쯤 되어야 출근길이 신날까.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울과 불안의 관계
우울과 불안은 현대인 심리적 고통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물론 개개인으로 접근하면 성격에 따라 나타나는 형태와 민감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상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집착은 우울을 만들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다.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에서 불안은 늘 우울을 유도하기 때문에 우울 속에 불안이 포함되는 관계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파악한다. 인류가 탄생하고 좀 더 많이 우울하고 불안한 자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성향이 결국 DNA 속에 내재되었다. 인체가 감염되면 염증유전자가 발현되며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분저하 유발 시스템이 가동된다. 우울모드로 진입되면 외부 활동을 중지하고 에너지 비축으로 회복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한 모습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받는 데 유리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집중력을 높이고 위험 회피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되어 생존가능성을 높였다. 불안은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서 집단 내에서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집

재테크

더보기

이스라엘-이란 분쟁 속 2025년 6월 원달러 환율 시황과 전망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또한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가와 달러인덱스의 움직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으며, 환율의 향후 방향성에 따른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이 칼럼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글로벌 금리 사이클과 프랙탈 분석을 바탕으로 전망하고,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2025년 6월 18일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위기 국면(C)의 진입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환율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필자의 지난 분석에 따르면, 경제위기 국면(C)의 시작은 2025년 4분기(10월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시기가 다가올수록 환율의 상승 압력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과거의 금리 사이클과 환율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환율은 대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급등하면서 이전 고점을 돌파하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나타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두 달간 꾸준한 하락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