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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불편하고 힘들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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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MBTI라고 다들 한번씩은 해보거나 최소한 들어보았을 성격 유형 분류 검사가 있습니다. 사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쪽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잘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지만, 굳이 여기에서 MBTI를 들먹이는 것은 성격 유형 분류의 첫 자리에 ‘에너지의 방향’을 두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외부에 주의를 집중하는 외향(Extroversion)인지, 자신의 내부에 주의를 집중하는 내향(Introversion)인지는 한 사람을 이해할 때 중요한 시작점이 됩니다.

 

 

E성향을 칭찬하고 장려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 문화권에서 실제 통계를 보면 I성향이 많아서 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의 비율이 7:3 정도라고 합니다. I와 E는 아주 달라 보이지만, E가 좋고 I가 나쁘고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마치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만 남자가 더 좋다 여자가 더 좋다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적 특성은 중간이 제일 좋습니다. 흔한 우울감만 봐도 그렇습니다. 너무 없어도 문제고(조울증 환자의 들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너무 심해도 문제입니다(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가겠죠?). I와 E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자신에게로 향하는 사람도 문제, 너무 외부로만 향하는 사람도 문제인 거죠. 그리고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사회불안–대인기피는 이런 성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병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고 불편했던 기억이 없는 사람, 과연 누가 있을까요? 수학 선생님이 앞으로 나와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을 때 갑자기 잘 알던 공식도 다 잊어버리고 가슴은 터질 듯 두근거리는데 눈앞은 하얗게 되던 기억이라든지, 썸 타던 사람과 처음으로 데이트하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손이 달달 떨려서 입까지 가져가기 힘들었던 기억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그저 ‘긴장된다’하는 정도로 ‘사회불안장애’라고 하지는 않고, 긴장을 넘어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각하게 고통을 겪거나 해야 할 일들을 못하면 장애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회적 상황이 다 두려운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심한 경우고요. 사회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 접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주목/관찰/평가 아래 놓일 때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합니다. 피치 못하게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불안하고 긴장이 되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다 보면 나중에는 더욱 두려움이 커져서 더욱 그러한 상황을 회피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됩니다. 힘들게 느끼는 장면은 사람들마다 다 다른데, 어떤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할 때 불안을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애매하게 친한 사람들과 식사를 해야 할 때 불안을 느끼는 식입니다.

 

팀원들 교육을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대표님 앞에서 보고하는 것이 불안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경우들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생각은, ‘창피당하면 어쩌지?’라는 것입니다.

 

사회불안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적면공포, 손이나 입술, 목 등이 떨림을 두려워하는 떨림 공포, 발표나 브리핑, 인사말, 노래 부르기 등을 두려워 하는 연단공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외에도 조금은 특이하지만 남이 지켜볼 때 글씨 쓰는 것을 못 하는 쓰기 공포, 침 삼키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삼킴공포, 표정이 어색하거나 굳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표정 공포, 정면으로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정시공포, 여자의 다리나 남자의 사타구니를 보게 될까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색시 공포, 도서관 같은 곳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자꾸 보여 신경이 쓰이는 횡시공포, 자기 시선으로 상대가 불편해지고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자기시선공포 등이 있습니다.

 

그러면 대인관계를 불편해 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불안 환자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수줍음을 타는 것이 사회불안을 가진 분들의 대표적인 성격 특성이긴 하지만, 수줍음이 많다고 사회불안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줍음 외에도 내향성,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적절감, 타인에 대한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한 경향, 자신감 결여 등이 연관된 특성으로 보이며, 완벽주의적 특징도 자주 관찰됩니다. 성취에 대한 욕구가 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실수할 때 이를 ‘실패’라고 느끼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정신과적 문제가 그렇듯 사회불안장애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친척들 가운데 같은 병을 가질 확률이 3배나 높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선천적인, 즉 타고 태어나는 병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불안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뇌의 생화학적 기능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예민할 거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예민해서 불안 반응이 쉽게 나타나는 체질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불안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덜덜 떨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다가 내려오는 경험을 하고 나면 다음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기 쉬우니까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지난번에 질려버린 기억들이 떠오르면 꼼짝하기 어려울 테지요. 이런 분들께는 약물 복용을 통해서라도, ‘어, 이번엔 그래도 괜찮았네?’ 하는 경험을 쌓도록 권해드립니다. 아주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인사말이라도 하고 내려오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를 하고 싶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면 광고 요법과 기대 낮추기, 두 가지 방법을 권해 드립니다. 광고 요법은 ‘많은 분들 앞에 서니 긴장이 되네요. 아무래도 좀 떨면서 말씀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하는 식으로 자신의 증상을 광고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불안을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여주는 것이죠. 말이 쉽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으로 더 긴장하는 것에 대한 역설적 치료 방법으로 꽤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기대 낮추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완벽주의적 특징을 버리는 연습을 말합니다. 너무 잘 하려고 하면 긴장도가 올라가서 불안증상이 심해지니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커트라인 까지만 하자는 다짐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발표는 75점 정도 받는 것을 목표로 하자. 원래대로 라면 100점을 기대했겠지만’ 이라든가, ‘나는 앞에 나가서 발표 제목만 똑똑하게 말하는 것까지만 하자, 그 다음 내용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잘 하자’처럼 말입니다.

 

자율신경계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호흡 훈련과 긴장 이완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해볼 수 있는 연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 연습’입니다. 무얼 노출하느냐고요? 나 자신을 노출합니다. 어디에요? 자기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노출시키는 거죠. 발표가 두렵다고 해서 발표를 계속 안하다 보면 사회불안장애는 점점 악화됩니다. 우리 모두는 익숙할수록 더 잘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잘 하는 걸 목표로 하지 말고, 기회가 온다면 피하지 않고 부딪혀 보려는 기본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약물 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차단제(SSRIs) 같은 항우울제의 효과가 좋습니다. 사회 불안을 가진 분들의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이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약물 치료를 통해 세로토닌의 기능 이상을 정상화 시킴으로 사회 불안의 치료를 도모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기간의 치료를 이어가야 합니다. 급한 불을 끄는 약물로는 항불안제와 베타 차단제가 있습니다. 항불안제의 경우 불안을 신속하게 가라앉혀서 사회 상황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항불안제로 불안이 없어진 상태에서 두려워하는 상황을 자꾸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습관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베타 아드레날린 차단제는 발표가 있거나 두려워하는 행위를 하기 전에 복용하면 발표하는 동안에 불안 반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점차 잊고 나중에는 약물의 도움 없이도 잘 해낼 수 있게 됩니다.

 

만일 내가 경험하는 불안 때문에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상황에 대한 불안은 가만 내버려두면 자꾸만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실제로는 자신감의 문제나 성격의 문제가 아닌데도 ‘난 이것밖에 안되나봐,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겠어’라고 반복해서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진짜로 자신감이 없어져 버리고 긴장도도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만일 내가 이런 불안을 느끼기는 해도 나의 일상에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불안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불안은 유령 같은 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꼭 한번 마주치고 싶다고 생각하면 만나기가 힘들고, 만날까봐 두려워하면 더 만나게 되기 쉬운 유령이요. 아침에 해가 뜨고 나면 유령이라고 생각했던 게 고작 검은 비닐봉지에 불과한 것을, 컴컴한 밤에는 기절할 듯 무서운 존재로 경험할 가능성이 있죠. ‘그래, 나 불안하고 힘들어’하고 받아들이는 거야말로 불안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랍니다. 불안하고 힘든 그 상황을 피하지 않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글 / 문지현 원장(미소의원,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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