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월)

  • 흐림동두천 16.5℃
  • 맑음강릉 14.0℃
  • 맑음서울 18.0℃
  • 맑음대전 15.2℃
  • 맑음대구 17.0℃
  • 맑음울산 15.0℃
  • 맑음광주 16.9℃
  • 맑음부산 17.6℃
  • 구름조금고창 ℃
  • 흐림제주 18.4℃
  • 구름많음강화 17.4℃
  • 맑음보은 14.1℃
  • 맑음금산 11.6℃
  • 구름많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3.9℃
  • 맑음거제 15.4℃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이순신 장군의 의연함이 그립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10)

모처럼 낮에 강남에 개원한 선배를 찾아 나섰다. 도중에 P사의 커피숍에 들러서 카페라테를 주문하니 평소에 4,000원 하던 것을 할인하여 3,000원이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영동대교를 건너 신사동으로 가는 동안 강남대로의 건물마다 임대를 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런 모습을 본 것은 필자의 기억 속에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IMF 때였다. 두 번째가 리먼 사태였고 지금이 세 번째인데 리먼 사태 때보다 더 많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요즘 대중매체에서 소비심리상태가 세월호 사태 직후만큼 후퇴되었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강남을지병원 사거리에서 하차하고 병원 문을 들어서니 항상 맑게 웃는 선배가 사전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필자를 역시 반갑게 맞아주었다. 점심을 같이하며 이야기는 건강과 최근의 치과계의 현황으로 흘러갔다. 내년이면 60세인 선배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슬림하면서도 몸짱이었다. 평소에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한 덕이며 ‘모든 일이 그렇듯이 노력 없이 어떤 결과가 있겠냐고 평소에 틈틈이 운동해야 한다’는 진정어린 충고도 해주었다. 더불어 현 치과계의 상황에 대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진원지는 모 불법 네트워크치과들이었으나 지금은 전체 치과계에 만연화되어, 박리다매형 치과들의 영향으로 전체 치과계가 공멸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다.


더불어 제주도의 해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방송에서 나이 많은 노인 해녀에게 스쿠버 장비로 들어가면 더 많은 수확이 가능한데 왜 굳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조금씩 수확하고 고생스럽게 일을 하냐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논리가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 나이 많은 해녀는 “내가 한 번에 다잡으면 앞집은 뭐 먹고 산대요?”라고 답변하였고 그것을 본 선배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결국 시장이 한정돼 있는 곳에서 자본주의적인 박리다매형 수가 파괴와 싹쓸이는 결국 공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제주도의 노인 해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공멸하는 것도 모르는 치과의사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배와 같이 공감을 하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밖에 보이는 건물마다 커다랗게 걸려 바람에 펄럭거리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말없는 아우성으로 들려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아픔, 그들을 상대하는 치과의사들의 어려움, 앞집을 걱정하는 해녀와 달리 저인망식 박리다매형 치과들로 신음하며 어쩔 수 없이 무너지는 자존심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동료들의 아픔이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옛날 속담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우리 말 속에서의 ‘개’는 욕에 포함되는 등 나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친화적인 이미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이미지가 상충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 이유를 필자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정적 이미지의 ‘개’는 공익을 무시한 주인만을 위하는 성품을 대변한 듯하다. 그것이 주인에게는 이익이지만 공공에게는 해악이 되는 경우를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우리 선조의 해학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현실에서 개가 정승이 될 수 없듯이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쓸 수도 없다. ‘개처럼 벌면 짐승처럼 쓴다’는 표현이 더 맞다. 정승처럼 벌어야 정승처럼 쓴다. 242억의 로또 당첨자가 10년 만에 거액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진 뒤에 결국 사기범으로 구속되었다. 개가 정승으로 변할 수 없는 일례일 것이다. ‘개처럼 벌면 그냥 개다’라는 어느 인터넷 논객의 글이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의 문턱에서 일본이 20년 겪은 유사한 경제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어쩌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존감과 자부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밀려오는 적들을 쳐다보는 이순신 장군처럼 이런 경제난을 의연하게 볼 수는 과연 없는 것일까?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데이트폭력의 심리
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