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80년대 대학생처럼 수수하게 생긴 한 지원자의 노래를 듣다가 순간 감정의 흔들림을 느끼고 오랜만에 집중하여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듣던 한 여성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였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가사가 어울리며 감동을 주었다. 심사위원의 질문에 어머니가 쓴 글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방송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아 인터넷으로 반복하여 노래를 들어보았다.
아무리 원한다 해도 /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지 / 죽도록 기도해 봐도 / 들어지지 않는 게 있지 / 열심히 노력해 봐도 / 이뤄지지 않는 게 있지 / 아무리 원한다 해도 / 안되는 게 몇 가지 있지 / 그 중에 하나 떠난 내님 / 다시 돌아오는 것 / 아쉬움뿐인 청춘으로 / 다시 돌아가는 것 / 사랑하는 우리 엄마/다시 살아나는 것/그때처럼 행복하는 것 /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 / 아마도 후회라는 건 / 아름다운 미련이어라
<후회_곽진언>
그런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매일 매일 느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듣는 이들은 과거에 지나온 일들 중에 가장 아팠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처럼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울 수밖에 없는 아픔을 통하여 성숙한다는 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허상을 좇아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던 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던 본인들의 모습을 돌아다보게 한다. 세상사가 항상 그렇듯이 이룬 것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다. 그것을 그의 어머니는 아름다운 미련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그는 마지막에 돌아서는 이들의 아픔을 잔잔하게 노래하였고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였다. 그 후 노래에 관심이 별로 없는 필자이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매주 금요일마다 경선을 보았다. 서태지의 ‘소격동’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나올 때 신군부의 억압 속에서 사라간 청춘들의 본거지인 소격동은 그 시대를 살아온 필자에게 아픔이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결선에서 그는 ‘자랑’이라는 자작곡을 부르고 심사위원 최고 점수를 받고 우승을 하였다. 그는 가사에서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창시절에는 100점을 맞으면 자랑을 하고 좋은 대학에 붙으면 자랑을 한다. 또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차를 사면 자랑을 한다. 명품 가방을 들면 자랑을 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행복이 넘쳐서 남에게 나눠 줄 수 있으면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노래하였다. 그의 모습은 그의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그 한소절의 가사가 감동을 주었다. 지금의 세상을 조금만 돌아보면 이젠 이 이상 더 각박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얼마 전 막말에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하였다는 기사가 보이더니, 어제는 그 아파트에서 이미지가 추락되었다는 이유로 70여 명의 경비원을 모두 해고시켰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런 슬픈 세상에서 그의 우승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의 노래는 순수함을 노래한다. 결국 그가 우승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젠 가식이나 테크닉이 아닌 인간적인 순수함을 원한다는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어두운 세상에서 인간적인 순수함이 빛이고 희망이란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필자는 그에게서 제비의 희망을 보았다.
이젠 내가 겁이 많아진 것도 /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는 것도 / 나보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서 / 기대는 법을 알기 때문이야 / 또 말이 많아진 것도 / 그러다 금세 우울해지는 것도 /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서 / 나의 슬픔을 알기 때문이야 /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에요 /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 <자랑_곽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