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생소한 단어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비싼 초콜릿 속에 들어있던 견과류의 일종이다. 그런 땅콩의 일종인 것이 인터넷 검색어 상위 랭킹에 올랐다. 일명 ‘땅콩리턴’이라고 불리는 사건 때문이다. 요즘 시쳇말로 ‘갑질’의 대명사인 ‘개밥교수’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 사건이 되었다.
‘개밥교수’는 한 대학의 교수가 여행을 가면서 대학원생에게 자신의 개에게 밥을 챙겨 주라고 시킨 일이었다. ‘땅콩리턴’은 모 항공사 오너의 큰딸인 부사장이 비행기에서 이륙 전에 리턴시킨 사건이다. 자신이 땅콩을 주문했는데 그것을 접시에 주지 않고 봉지 채로 주었다고 그 승무원을 괘씸죄로 내리게 하게 위하여 비행기를 리턴시킨 것이 이유다. ‘라면상무’, ‘신문지회장’의 뒤를 잇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 ‘땅콩리턴’은 앞의 ‘갑질’과는 차이가 있다. 갑의 위치에 있는 자가 소리치고 화내고 하는 ‘갑질’이라는 면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그 동안의 ‘갑질’에는 당하는 쪽인 을에 국한되어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번 ‘땅콩리턴’의 경우에는 비행기를 리턴시킴으로 비행기가 25분정도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또 비행기 안에 탑승한 250명의 승객은 갑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었다. 즉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가 을이 된 ‘갑질’이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은 마치 ‘묻지마 범죄’처럼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였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발표된 사실 속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비행기도 후진을 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오너의 큰딸인 부사장에게 경력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 채로 주게 된 이유이다. 경력사원이면 이미 부사장의 캐릭터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VVIP인 것도 너무나 잘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조심하려고 노력하였을 것이고 조심에 조심을 하였을 것이다. 어쩌면 질문에 모범답안까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군대에서 사단장이 올 때처럼, 국립종합병원에 장관이 내방할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은 질문을 받고 당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사로부터의 부당한 행위에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첫째로 경력 승무원이라면 이미 수많은 진상 고객을 만났었을 것이고 그것은 업무의 하나로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는 생사여탈권을 쥔 거부할 수 없는 절대 권력 앞에서는 분노하기보다는 자책을 하게 된다. 물론 절대 권력에 정의를 외치며 대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드문일이다. 그래서 그런 류의 사람이 유명인이 되는 것이다. 또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번 사건이 이 정도로 진행되면 양심선언을 하든지, 사실여부를 기자회견을 하든지, 아니면 인터넷의 다음 아고라에 글이라도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승선불가라는 징계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라고 판단된다.
부사장의 담당이 서비스라는 뉴스발표를 근거하여 사건을 심리적으로 뒤집어 보면, 기내에서 부사장 자신의 평소 지도자적 역량을 보고 싶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테스트를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허를 찔리고 허둥대는 승무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역량에 상처를 받고 화가 났고 상처받은 자존심의 원인 제공자를 기내에 내리게 하는 일종의 숙청을 자행하였다. 이는 숙청을 통한 보복행위와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해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마치 북한의 김정은이 돌출적인 행동을 취하는 심리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보는 일반인들의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재벌 오너의 심리적 슈퍼 갑질이 국민을 ‘을’의 심정으로 만들었다. 생명체에 수명이 있듯이 기업에도 수명이 있다.
한 회사가 국민의 외면을 받아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을 요즘은 많이 목도한다. 정 방향을 잡지 못하면 ‘오너항공’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이 그런 시대인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온다. 다수의 을이 진정한 갑인 것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