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치과계를 되돌아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중심으로 기억하기 싫을 정도의 악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외부로 흘러나가 언론의 가십거리나 치과 때리기의 먹잇감으로 제공되고 치과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거침없이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나 합법적인 입법 활동을 불법 로비로 간주한 검찰의 무서운 권력 앞에 치과의사들의 저항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무기력하고 나약해 보인다. 그들에게 희생양이 필요할 때 단골손님이 되어 버린 의료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는 힘없는 집단으로 보여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내면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국민 구강건강을 책임지겠다는 불타는 열정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숨어 봉사하고 희생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하다. 정도를 걸어가기 힘든 처절한 경쟁과 어려운 개원환경이지만, 수가가 현실에 맞지 않아 중노동으로 비유되는 치주치료나 근관치료에 온 힘을 쏟는 개원가의 성실함이 진정한 우리의 힘이자 무기이다.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소통에 대해 동양철학자 장자는 소통을 단순한 의사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이라고 하였다. 소통은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나를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와 상대방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주체로 변화되는 것이 소통의 결과이다.
소통(疏通)은 망각과 연결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소(疏)는 ‘막힌 것을 터버린다’를 의미하고, 통(通)은 ‘새로운 연결’을 뜻한다. 기존의 고정 관념이나 방식을 망각과 비움을 통해서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과 새로운 연결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반영할 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는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결집력과 상생으로 나타나게 된다.
외부와의 힘겨루기를 뒤로 하더라도 치과계 내부의 갈등요인은 부지기수다. 건너편의 치과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과도한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코앞으로 닥친 치과 보조인력의 업무 범위 다툼이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누어지는 세대 간의 갈등, 양보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전문의 문제 등 녹록한 현안이 하나도 없다. 이런 현안들을 해결하는 해결사는 과연 없는 것일까?
나의 이익을 잠시 내려놓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소통과 상생을 위한 밑거름이고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줄 초석이다. 젊은 치의들을 위한 사업에 3,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한 전남지부 박진호 회장의 선행은 타의 귀감이 된다. 선배에게 받은 혜택을 다시 후배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신은 기성세대와 젊은 치의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 귀한 것이지만 내 것을 내려놓는 마음만으로도 젊은 치의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북돋는다.
신년교례회에서 치협 최남섭 회장은 올해는 치과계의 백년대계를 시작하는 해이며 지난해의 고난을 털어버리고 치과계의 앞날을 위해 전환점을 만들어가자고 하였다. 개인으로서 지치고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감이 엄습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이다. 하나로 뭉쳐가야 한다. 화합의 중심은 작게 보면 내가 속한 동문회나 수련기관, 네트워크 그룹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치협이다. 우리 앞날에 밝은 태양이 다시 떠오를 수 있도록 최남섭 회장과 치협에 회원들의 무한 신뢰와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금연치료에 치과가 참여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하여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준 치협 보험위원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우리의 소통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