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총회 시즌이다. 4월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3월에는 지부 정기대의원총회, 2월에는 각 분회(구회)별로 정기총회가 줄줄이 개최된다. 특히 지난 2014년은 각 시도지부나 치협 집행부의 임기 첫 번째 해였다. 때문에 집행부가 공약을 착실히 실천했는지, 혹은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꼼꼼히 짚어볼 시기다. 무엇보다 총회는 우리 회원들의 요구와 민원이 어느 정도 수행됐는지를 철저히 검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분회 정기총회는 모든 회원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대다수의 회원이 정기총회에 참석하기를 꺼리고 있다. 총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기본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는 회원들의 무관심과 무지를 탓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총회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길고도 지루한 유관 단체장들의 축사와 여러 시상식 등 형식에 얽매이는 식순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심도 있게 진행되어야 할 토론과 심의는 시간에 쫓기듯 일사천리로 처리되기 일쑤다. 회무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회원이 한마디 했다가는 잘 몰라서 그런다고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말하는 요령을 모를 뿐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후론 입을 꾹 다문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반사다. 다음 해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총회가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고 회원들과 함께하기를 원한다면 지루한 식순의 변화와 더불어 일반 회원들의 발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올해 각 분회의 정기총회는 20대의 젊은 회원에서부터 70대의 풍부한 경험을 지닌 회원까지 각각의 요구를 쏟아내고 특히 후배 회원들의 감각과 열정을 담은 참신한 의견을 담아냄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는 분회가 더욱 활성화되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분회의 정기총회에서는 지부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확정한다. 또한 지부 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한다. 지난해 서울지부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수십 개의 일반의안이 모든 회원을 위한 안건이라고는 하지만 이 중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을 위한 맞춤형 안건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분회에서조차 젊은 치과의사들의 의견 반영이 부족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다수 지부와 분회가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그 방법을 모를 뿐더러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지혜도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해 동안 젊은 치의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모범적인 분회를 찾아내어 시상하고 홍보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총회를 앞두고 지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도 있다. 분회에서 상정된 안건들이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제도적인 한계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회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방법을 즉시 강구해야 한다. 한 예로 회원들이 바라는 사업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듣고 타당성 조사를 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선정된 사업을 미리 확보한 예산에 맞춰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도 참여와 소통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회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만사 제치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일부 회원들은 회비로 임원들 회식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 투명하고 참여하는 회무가 이루어질 때 그에 따른 정당한 질책과 격려가 뒤따를 것이다. 회무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잘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