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환자 보호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들은 환자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 한복판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인 폭력에 분노하고 있다.
가해자가 치과의사라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의사 사이의 폭행사건인 것처럼 본질을 흐리고 있지만 이는 환자 보호자가 진료중인 의사를 폭행한 사건임이 명백하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묻지마 폭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학영 의원의 개정안은 ‘누구든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 협박해서는 안 되며, 위반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보건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잠을 자는 이유는 ‘의사 특권법’ 또는 ‘과잉 입법’이라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인이 당하는 폭행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회는 조속히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한 해에 치과의사가 천 명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의사가 환자를 선택하지 않고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는 시대에 ‘갑질’하는 환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 속에 있어 사소한 것까지 모두 공유되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전문직인 치과의사가 19위의 감정노동자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의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많은 치과의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인 폭행 문제는 치과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안한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많다.
2011년 경기도에서 개원 중인 치과의사가 환자에게 온몸을 10여차례 찔려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치과진료실 내 폭행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외에도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치과 진료실내에서의 언어 폭력, 가벼운 몸싸움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여자 치과의사 혼자 개업 중인 경우에는 보조인력도 모조리 여자인 경우가 많아 험상궂은 남성 환자에게 언어폭력을 당하는 경우는 예사이고 심지어 성폭력에 가까운 언사도 종종 겪는다고 한다.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환자와 한두 뼘의 거리를 두고 얼굴을 대해야 하는 치과의사 직업 특성상, 상호 신뢰가 있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괴로움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항상 친절해야 하고 웃음으로 환자를 맞이하지 않으면 직업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진료실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환자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치과의사나 직원들의 동선에 음성이 녹음되는 CCTV의 설치와 더불어 CCTV가 녹화중이라는 안내는 필수이다. 이것만으로도 환자의 충동적인 돌발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환자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는 즉시 인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폭언이나 욕설을 하고 진료업무 이외에 치과에서의 퇴거요구를 거부할 경우에 CCTV를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폭행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퇴거불응죄, 영업방해죄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 환자의 보복이 불안하다면 치과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다. 또한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의 ‘일반시설 및 경호비용담보’ 특약이나 ‘폭행 및 악의적 파괴행위 담보’ 특약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의료기관 환경이야말로 최선의 진료에 필요한 필수조건이다.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의료인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국회는 조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더 이상 유사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