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과전문지기자협회 정기총회에 초청을 받은 대한치과의사협회 최남섭 회장이 축사를 낭독하는 도중, 2개 언론사 기자의 기습적인 피켓시위로 다른 내외빈들 앞에서 수치와 모욕을 당했다.
2개 언론사 기자는 가장 귀한 손님을 자기 집 잔치에 초대해놓고 돌발행동을 강행한 것이다. 축사를 하고 있는 단상 옆에서 나란히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고 사진촬영을 했다. 이후 두 기자가 속한 해당 전문지에서 제목과 내용이 같은 기사로 대서특필까지 했으니 협회장 망신주기 기획은 큰 성과를 거둔 듯하다. 언론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는 상식 이하의 행태로 결국 독자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언론은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치과전문지 기자의 출입제한 조치가 언론 탄압에 속하고 독자의 알 권리를 심하게 훼손했다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협회장을 조롱하거나 망신주기여서는 안 된다. 치과전문지기자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돌발적인 행동을 한 두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응당한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치협과 치과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치협의 취재제한이나 출입금지 조치가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취재처의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는 우리 사회에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계륵’에 비유한 조선일보에 취재제한 조치가 있었고, 중국 당국은 최근 항일전쟁 70주년 기념 전승절에 자국에 대한 비난을 일삼아 온 산케이신문의 특정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 적이 있다. 펜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권력화되어 있는 언론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나, 최고 권력자를 상식이하로 비하하며 선동하여 조회 수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다.
언론사들 역시 이에 대해 항의성 보도를 내거나, 언론탄압이라는 여론을 보도할 수는 있지만 이해 못할 퍼포먼스를 연출하거나 적대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민주적인 사회일수록 여론에 호소하고 여론이 이를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론의 지지를 위해서는 악의적이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비방보도를 자제하고 언론의 본분을 지켜내려는 뚝심이 필요하다. 오히려 언론 권력에 취해 그 힘을 과시하려 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치과계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전문지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치협에게 큰 역할이 있다. 악의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부당한 기사에 대해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활용하거나, 해당 언론사와 직접적인 접촉으로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언론과의 불화가 장기화될수록 여론의 흐름 또한 악화될 수 있다.
언론은 언론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치협은 언론 권력의 폐단이라는 명분으로 서로 힘겨루기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다수의 기자에게까지 그 피해가 돌아간다. 독자들은 치협과 일부 언론사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세밀히 관찰하고 그 결과를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