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과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의 내면에는 치과의사들의 인문학적 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하곤 한다.
인체를 다루어야 할 의사들이 해부학적 생리학적 지식은 가득하고 경제논리도 가득한데 인문학적인 소양과 양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양심 불량인지, 양식 불량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니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아니면 상대적인 빈곤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철학적 가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치과의사들이 부자라 생각하기도 한다. 아직도 치전원에 대한민국의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인가 보다. 그럼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인가? 사회지도자가 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년이 없는 직업이기 때문인가? 진정 의료인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입학하는 것일까? 치과의사들은 과연 몇 명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인문학의 부재의 주체가 어쩌면 지금 배출되는 선생님들이 아닌 우리 40~50대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흔히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지도층의 양식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 14세기 유럽에서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한 도시가 영국군에게 포위당하여 항복을 하자, 점령군은 저항에 대한 보복으로 6명의 처형을 요구했고, 시민들이 서로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부자인 누군가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자원하였다. 이때부터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지칭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나왔다. 과연 생명을 내어 놓을 준비를 논하기 전에 필자 자신이 그런 신분인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인문학이란, 사전에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돼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인문학의 분야로는 철학과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신학 등이 있으며, 크게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요약되기도 한다. 혹은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이다’라고 정의된다. 한마디로 사람다운 삶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등이 현상을 인식하는 학문이라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말한다. ‘어떻게 살더라’가 아닌 ‘어떻게 살까’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한다. ‘돈을 벌자’가 아닌 ‘어떤 돈을 벌자’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철학이 있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현 시대의 부작용 중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여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의 결핍으로 많이들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지만 거기에 더불어 개인적인 신념이나 철학의 부재도 있을 것이다. 몇 십 년을 투옥되어 독재에 투쟁한 사람들을 보아도 알 것이다. 결국 가치의 부재인 것이다. 요즘은 필자도 치과의사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어떤 직업 철학과 윤리를 지녀야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는 ‘생명의 외경심’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떠난 외부적 가치이다. 또한 자신 안으로 들어 왔을 때의 내부적 가치는 자부심과 자긍심일 것이다. 그런 내부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마치 풍랑 속에 놓인 돛단배처럼 말이다. 믿고 싶지 않을 만한 사건들이 많은 요즘의 치과계에 불어 닥친 풍랑 속에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표류를 하고 있다.
이제 정말 다사다난한 이 해도 한 달 하고 조금 남았다. 이 해를 마무리하면서 풍랑도 걷히고 맑은 햇살이 비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