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을 보면 접근도가 떨어지는 곳에 약국을 개원한 필자가 자신의 약국을 알리기 위해 사용한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 그러나 그 책에 나오는 몇몇 방법은 의료법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유인알선 행위에 해당한다. 떠도는 말로는 교통사고 환자를 주로 받는 정형외과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데리고 온 사람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마케팅비가 30%나 된다고 하기도 한다. 또 성형외과에서 환자를 소개해 준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 사례를 하는 것은 이미 TV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건물마다 치과가 있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고, 이제는 한 건물에 2~3개의 치과가 들어가다 보니 치과들의 경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좀 잘된다는 치과의 속내를 보면 ‘경영실장’이니 ‘영업부장’이니, 호칭도 다르고,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간도 다르지만 환자를 모셔오는 것이 업인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이들은 고정급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데리고 온 환자의 수나 그들에게서 발생한 매출액에 비례하여 사례를 받는다고 한다. 더러는 아예 총 매출액에 비례하여 돈을 받기도 한다. 사실 솔직하게 이야기해 환자가 없어 애꿎은 출입문만 노려보느라 마음 고생을 할 바엔 적당히 돈 떼어 주고 북적 북적한 병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 의사가 몇이나 있겠나!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그러기에 환자는 언제나 자신들의 진료결정에 불안해한다. 자신의 몸이지만 자기 마음대로 진료를 결정할 수 없기에 불안하고, 어느 병원에 가서 누구에게 진료받아야 할 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치과대학에서 진료에 대해서만 배웠지 경영에는 먹통인 치과의사들에게 무작정 환자를 기다리라는 것은 형벌과 같다. 병원의 영업부장이라는 거간꾼은 화려한 화술로 이 둘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다.
유인알선을 업으로 하는 영업부장, 혹은 기업 영업실장은 의료법이 규정하는 유인알선행위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죄자이고, 이들의 행동이 의료비의 상승과 진료의 결정에 왜곡을 가져온다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다면 이들은 중벌에 처해져야 한다. 이들의 영업활동으로 병원이 받은 부당한 이익이나, 이들을 통하여 할인된 진료비에 대한 계약을 맺는 기업들의 혜택은 다른 일반 환자들의 손실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단순히 영업부장을 고용한 병원과 영업부장만을 벌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직원의 이익을 바라고 계약한 기업도 처벌함이 마땅하다.
이미 언론에 보도됐듯이 UD치과는 이른바 ‘기주(기업 주치의)’라는 개념으로 조직적으로 기업고객을 관리하여 왔고, 일반인도 유인알선한 사실이 증언됐다. 이들 영업사원은 유인한 환자 1인당 과거에는 1만 원, 근래는 5천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불법사실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에게 의료법 집행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