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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노쇼(No-Show)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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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인 논설위원

有비(雨)無患 원내생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동료들이 병원 앞에 모여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다들 그날 약속된 환자들이 제 시간에 오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절은 핸드폰도 없던 때라 약속하면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비가 오던 오전 그 때 들었던 유비무환이 생각났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쇼에 관한 글과 사진으로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모 건설업체가 400명 회식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글과 끝없는 테이블 상차림의 사진에 공분을 터뜨렸다. 신상 털기에 나선 네티즌은 “L건설회사이고 예약부도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갑질이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해당 업체의 자수(?)와 조금의 손해보전으로 일단락됐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논란이 되는 예약부도에 대책은 없는 것일까?

‘노쇼’는 음식점을 비롯해 공연장, 영화관, 미용실, 숙박업소, 대리운전, 병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예약을 받는 서비스업종에서 음식점이 20%로 1위, 병의원이 18%로 2위라는 통계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과 고속버스 등 5대 서비스 업종에 대한 통계에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000억원, 관련 제조업체의 손실(3조8,000억원)까지 더하면 8조3,000억원에 고용 손실도 10만 8000명에 달한다. 외식업의 경우 심각한 경영 위협 요인으로 작용해 폐업을 하는 곳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피해가 해당 업체나 업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예약에 밀려 다른 손님이 해당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빼앗기는 셈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 분야의 경우 병원의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위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국감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국립대병원의 지난 8월 평균 예약부도율은 13.4%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대학병원은 예약부도율이 30%에 달했다. “예약부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각 병원의 예약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예약제는 좋은 제도이다. 치과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료가 많아 예약제 운영이 불가피하다. 그런 날이면 직원에게 전날부터 당일 아침, 계속 약속 점검을 한다. 그렇게 약속 점검을 해도 예약부도를 내는 경우가 있다. 두 시간 정도 본의 아니게 휴식을 하게 된다.

예약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보다 체계적인 예약시스템, 선결제, 위약금제도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식당의 노쇼에 위약금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시가 개정되면 식당도 소비자원 조정을 통해 위약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이미 취소수수료 등 예방장치가 있는 영화관이나 기차 등 여객운송사업의 경우도 노쇼는 여전하다. 결국은 소비자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예약부도율이 3배 정도 높다고 한다. 태국의 식당에서는 한국인의 예약부도율이 높아 한국사람은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한국 사람을 ‘띵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띵똥’은 정신나간 사람, 얼간이, 바보라는 뜻이다. 태국 사람들은 욕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은 한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약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

예약은 절대로 어겨도 되는 약속이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미리 예약 취소를 알리는 것과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는 것만이 해결방법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 전반적으로 보다 선진적인 약속과 예약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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