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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선거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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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희 논설위원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다. 아주 단순한 내용이라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약속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약속이란 단어는 여러 관계에서 행해진다. 가장 간단한 개인과 개인의 약속에서부터 크게는 나라와 나라 간의 외교적 합의도 약속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약속은 미리 정하여 두었기에 정한 내용을 서로 지킨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깔려 있다. 하지만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단어는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으면 이미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서로 간의 계약이 되고 더 이상은 약속이라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약속은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성으로만 구현되어지는 단어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신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이 약속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약 1년 전 우리 치과계는 서로 큰 약속을 했다. 직접 선거를 통해, 여러 공약을 선보인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과 몇몇 지부의 지부장을 선출하였다. 선거는 후보와 선거권자 간의 공적인 약속이다. 후보는 선출됨과 동시에 자신의 공약을 실행할 의무가 있고 선거권자는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의사를 표명하고 다수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사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선거라는 악속이 지니고 있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 우리는 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과로 보면 절반의 성공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치협 회장 선거는 후보 간 약속의 파기로 지금껏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전임 집행부의 선거 준비 미숙으로 선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회원이 생겼고, 그 와중에 재선거 없이 결선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은 어느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후보 간 합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법적 문제를 일으켜 재선거에 이르게 한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약속을 어긴 이는 누구인지? 그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지도 논의해봐야 한다. 둘째, 경기지부 지부장의 중도 사임 또한 약속을 어긴 것이다. 과도한 업무에 의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피치 못할 사정이었다고, 개인으로는 마음 깊이 이해하나 공적으로 볼 때 자신의 건강관리의 문제로 재선거라는 소모적인 절차가 이루어진 것은 문제가 있다. 그나마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장은 자신의 공약을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다시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을 선출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난번 선거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보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연유인지 후보는 단 한 사람이다. 결국은 기존 회장의 재신임을 묻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혼돈을 겪어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 열심히 뛰어야 할 협회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협회 업무가 어려워진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누군가는 후보로 나서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소송을 불사할 정도였으면 당연히 재선거 후보로 나서서 무엇을 위한 선거 무효 소송이었는지 치과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논지를 펼쳐야만 서로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그리고 현 집행부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지지도 않은 문제를 현 집행부에 짊어지게 한 행동에 대해 이해를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지 필요에 따라 깨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어겨야 할 경우는 그 이유가 타당하여 약속을 한 다른 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약속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이 간단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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