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지나친 줄임말, 급식체, 야민정음, 돌민정음

URL복사

권병인 논설위원

어느 날 약속부를 보는데 ‘장탈’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아니 이게 뭐지? 개원 이후 이런 단어는 써 본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직원에게 되물었다. 돌아온 답은 ‘장치 탈락’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잠시 여러 생각에 잠겼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줄임말은 서로 소통을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름 신세대 말에 귀 기울이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가끔 회식 때면 듣는 쌍수, 취존, 생선, 개이득, 갑분싸, 제곧내, 답정녀, JMT, TMI, 오지다, 지리다, 띵곡 등 신조어, 줄임말은 끝이 없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

신조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존재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언어유희일 수도 있고, 기성세대와 구분되고 싶고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방편일 수도 있다. 이젠 이런 용어를 모르면 ‘아재’가 아니라 ‘틀딱(틀니딱딱, 장년층을 비하하는 말)’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러한 줄임말 중에 강추, 얼짱, 열공, 비번, 냉무, 광클 등은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됐다. 최근에는 학교 급식을 먹는 10대 청소년 사이에 ‘급식체’라는 이름으로 줄임말이 유행이다. 개이득, 오지다, 레알, 동의(?)어보감 등이 있고 심지어 초성만을 딴 ㅇㄱㄹㅇ(이거레알?), ㅇㅈㅇㅇㅈ(인정? 어인정!)과 같은 초성만 딴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축약은 과학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사칙연산(+ - ÷ ×), 합계(∑), 무한대(∞) 등의 수학적 용어를 비롯해 단위들이 대부분 축약된 기호(약칭)다. 축약된 단어나 기호들은 각국의 언어가 달라도 정보를 오해 없이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어 만국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다. 단위로 사용되는 미터(m)는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공에서 진행한 거리’로 이를 간단히 줄여서 소문자 m을 사용한다. 시간의 초(s)는 ‘세슘-135 원자의 바닥 상태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해당하는 복사선의 9,192,631,770주기의 지속 시간’으로 정의하고 소문자 s로 표기한다. 이렇듯 축약의 순기능은 충분히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폰이 대세인 시대이다. 컴퓨터 자판보다는 모바일폰에서 보다 빠른 소통을 위한 방편으로 줄임말, 초성이 사용된다. SNS상에서 짧은 글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고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법이 필요한 면이 있다. 또 다른 변형으로 ‘야민정음’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한글자모를 모양이 비슷하거나 회전한 것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말이다. ‘댕댕이(멍멍이)’, ‘띵곡(명곡)’, ‘커엽다(귀엽다)’, 롬곡(눈물) 등이 있다. 지상파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백주부(요리사 백종원의 별명)’가 종종 ‘뿌주부’로 불린다. ‘배’라는 글자가 ‘ㅃ’과, ‘ㄱ’이 ‘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백’자가 ‘뿌’자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사용이 잦아지다 보니 야민정음을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기상천외한 단어도 많아 이십대들은 물론 10대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민정음이란 아이돌(Idol)과 훈민정음의 합성어로, K팝 문화가 확산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해외 K팝 팬들이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뉘앙스가 잘 살지 않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읽고 쓰는 것을 가리킨다. Kkab(깝), Oppa, Hyung, Unnie, Noona(오빠, 형, 언니, 누나), Aegyo(애교) 등 많은 단어가 있다. 수많은 해외 K팝들에게 한글을 전하는 셈이다. 얼마 전 한글날이 지났다. 미국 매컬리교수는 ‘모든 언어학자가 기념해야 할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고종의 외국인 자문이었던 헐버트 박사는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조선의 철자법은 철저히 발음 중심으로 글자 하나당 발음이 딱 하나씩이며, 영미에서 그토록 갈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라고 격찬했다.

우리말의 우수성은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된다. 신조어나 지나친 줄임말에 대해 ‘한글 파괴’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언어는 살아 있는 역동적인 것이며 자정 작용이 있다. 신조어는 우리말을 풍부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하하는 말, 지나친 줄임말,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말 등은 개개인이 바람직한 언어 사용으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도록 가려 쓰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우리말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나는 반딧불’의 위로가 지닌 의미
얼마 전 진료실 라디오에서 잔잔한 노래 하나가 들렸다. 얼핏 처음 가사가 들렸을 때 스스로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딧불이라고 들렸다. 그래서 슬프다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 가사가 알고 보니 자신은 개똥벌레였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빛나는 별이 아닌 줄 알았고 반딧불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그것도 아닌 개똥벌레였다면 엽기적이고 가학적이고 심한 우울한 가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많은 대중들이 위로를 받는다고 하여 노래를 찾아보았다. 가사는 살다가 어느 날인가 스스로 하늘에 빛나는 별이 아닌 땅에 기어 다니는 개똥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개똥벌레도 스스로 조그만 가치의 빛을 낸다면 누군가에겐 비록 작더라도 소중한 빛을 내는 반딧불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해 말부터 우울했던 대중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잔잔한 음률에 남성 가수의 담담하고 고즈넉한 목소리 톤으로 부른 ‘나는 반딧불’이다. 잔잔한 음률에 젖어서 찬찬히 가사 내용을 음미해보면 2·30대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하늘에서

재테크

더보기

2025년 7월,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전략

2025년 7월 3일,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새로운 투자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역대급의 V자 반등이 나타나면서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거나 자산배분을 고민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시장 방향성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성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자산배분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투자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위험자산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배분을 어떻게 시작할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2025년 7월의 금리 사이클과 현재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음 자산배분 투자를 시작하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산배분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포트폴리오의 목표 비중을 설정하는 일이다. 이는 금리 사이클의 흐름을 이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필자는 과거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 사이 비중을 축소하고, 이후 2020년 4월부터 하반기까지 다시 비중을 확대해 코로나19 위기 상황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