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금)

  • 구름많음동두천 5.6℃
  • 흐림강릉 3.3℃
  • 구름많음서울 6.9℃
  • 맑음대전 9.8℃
  • 구름조금대구 6.9℃
  • 울산 5.5℃
  • 맑음광주 11.1℃
  • 구름조금부산 10.3℃
  • 맑음고창 8.9℃
  • 흐림제주 12.7℃
  • 구름많음강화 3.8℃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9.3℃
  • 맑음강진군 11.3℃
  • 흐림경주시 5.4℃
  • 구름조금거제 9.4℃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지나친 줄임말, 급식체, 야민정음, 돌민정음

URL복사

권병인 논설위원

어느 날 약속부를 보는데 ‘장탈’이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아니 이게 뭐지? 개원 이후 이런 단어는 써 본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직원에게 되물었다. 돌아온 답은 ‘장치 탈락’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잠시 여러 생각에 잠겼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줄임말은 서로 소통을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름 신세대 말에 귀 기울이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가끔 회식 때면 듣는 쌍수, 취존, 생선, 개이득, 갑분싸, 제곧내, 답정녀, JMT, TMI, 오지다, 지리다, 띵곡 등 신조어, 줄임말은 끝이 없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

신조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존재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언어유희일 수도 있고, 기성세대와 구분되고 싶고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방편일 수도 있다. 이젠 이런 용어를 모르면 ‘아재’가 아니라 ‘틀딱(틀니딱딱, 장년층을 비하하는 말)’ 소리를 듣게 된다.

이러한 줄임말 중에 강추, 얼짱, 열공, 비번, 냉무, 광클 등은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됐다. 최근에는 학교 급식을 먹는 10대 청소년 사이에 ‘급식체’라는 이름으로 줄임말이 유행이다. 개이득, 오지다, 레알, 동의(?)어보감 등이 있고 심지어 초성만을 딴 ㅇㄱㄹㅇ(이거레알?), ㅇㅈㅇㅇㅈ(인정? 어인정!)과 같은 초성만 딴 단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축약은 과학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사칙연산(+ - ÷ ×), 합계(∑), 무한대(∞) 등의 수학적 용어를 비롯해 단위들이 대부분 축약된 기호(약칭)다. 축약된 단어나 기호들은 각국의 언어가 달라도 정보를 오해 없이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어 만국공통어로 사용되고 있다. 단위로 사용되는 미터(m)는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공에서 진행한 거리’로 이를 간단히 줄여서 소문자 m을 사용한다. 시간의 초(s)는 ‘세슘-135 원자의 바닥 상태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해당하는 복사선의 9,192,631,770주기의 지속 시간’으로 정의하고 소문자 s로 표기한다. 이렇듯 축약의 순기능은 충분히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폰이 대세인 시대이다. 컴퓨터 자판보다는 모바일폰에서 보다 빠른 소통을 위한 방편으로 줄임말, 초성이 사용된다. SNS상에서 짧은 글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고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법이 필요한 면이 있다. 또 다른 변형으로 ‘야민정음’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한글자모를 모양이 비슷하거나 회전한 것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말이다. ‘댕댕이(멍멍이)’, ‘띵곡(명곡)’, ‘커엽다(귀엽다)’, 롬곡(눈물) 등이 있다. 지상파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백주부(요리사 백종원의 별명)’가 종종 ‘뿌주부’로 불린다. ‘배’라는 글자가 ‘ㅃ’과, ‘ㄱ’이 ‘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백’자가 ‘뿌’자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사용이 잦아지다 보니 야민정음을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기상천외한 단어도 많아 이십대들은 물론 10대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민정음이란 아이돌(Idol)과 훈민정음의 합성어로, K팝 문화가 확산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한국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해외 K팝 팬들이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뉘앙스가 잘 살지 않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읽고 쓰는 것을 가리킨다. Kkab(깝), Oppa, Hyung, Unnie, Noona(오빠, 형, 언니, 누나), Aegyo(애교) 등 많은 단어가 있다. 수많은 해외 K팝들에게 한글을 전하는 셈이다. 얼마 전 한글날이 지났다. 미국 매컬리교수는 ‘모든 언어학자가 기념해야 할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고종의 외국인 자문이었던 헐버트 박사는 “한글에 필적할 만한 단순성을 가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조선의 철자법은 철저히 발음 중심으로 글자 하나당 발음이 딱 하나씩이며, 영미에서 그토록 갈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과제가 이곳 조선에서는 수백 년 동안 현실로 존재했다”라고 격찬했다.

우리말의 우수성은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된다. 신조어나 지나친 줄임말에 대해 ‘한글 파괴’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언어는 살아 있는 역동적인 것이며 자정 작용이 있다. 신조어는 우리말을 풍부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하하는 말, 지나친 줄임말,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말 등은 개개인이 바람직한 언어 사용으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도록 가려 쓰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우리말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