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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FDA와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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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의약품 부작용의 가장 비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안면에 기형이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어 치과의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약물이다. 각종 동물시험에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1960년대 초반까지 임산부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됐고 주로 독일과 영국에서 사용됐으며 총 50여개 나라에서 판매됐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1961년 사이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출산하며 위험성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그 부작용이 입증되며 탈리도마이드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은 한 명의 영웅을 남기게 되는데 프랜시스 올덤 켈시 박사로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입사를 하고 그녀에게 주어진 첫 임무가 탈리도마이드 승인 신청서 처리였다. 이미 유럽에서 널리 판매되는 약이었지만, 켈시 박사는 약품의 독성과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제약사가 로비를 거듭하며 압박했지만, 켈시 박사는 굴하지 않았다. 결국 탈리도마이드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미국인이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FDA는 2010년 최우수 직원에게 주는 ‘켈시 어워드’를 제정해 그녀의 공로를 기리게 된다.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위해 해외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발당한 엄마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24시간 연속혈당측정기가 FDA의 승인은 받았지만, 국내 허가는 없는 제품이기에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판매(의료기기법 26조 1항 위반)와 광고(의료기기법 24조 위반) 혐의로 엄마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국내에는 타산이 맞지 않아서 수입하는 업체도 없었고, 김모씨는 다른 아픈 아이의 부모들의 간청으로 직구를 대행해 주고 본인이 개발한 앱을 제공한 것이 현재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의 탈리도마이드 사건처럼 FDA나 식약처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의료기기의 사용허가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판단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제한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감성적으로 불쌍하고 시간이 없는 환자들에게 부작용 등에 대해서 연구결과가 없어도 우선 사용하자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식약처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의견을 참고해서 자체적인 기준과 판단이 가능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연속혈당측정기가 위해성이 입증이 되지 않아서 저런 문제가 생겼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칼시 박사처럼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나 정보가 없어서 이를 문제를 삼은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외국에서 시판되고 사용되므로 안전한 의료기기이니 무조건 허가를 해 주라는 것도 아니다.

식약처의 지금까지 입장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관련규정이 없어서 해 줄 수 없고, 자격이 되지 않아서 검토조차 불가능하다고 하거나 엄청나게 많고 복잡한 행정서류와 절차를 요구했을 것이다. 업체들도 혀를 내두르는 의료기기법으로 미국 FDA보다도 엄격한 식약처라고 말할 정도이니 일반인이나 개인이 이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수호한다는 미명하에 아직도 본인들의 책임을 피해가고 책상 앞에서 서류와 규정만을 강조하고 있다면 이는 도리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약처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산업 규제 개선을 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빨리 해 줄 수 있거나 간단한 문제는 까다롭게 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품목은 규제를 푼다고 하는 것도 있다. 식약처가 전문성을 가지려면 기계적인 행정처리가 아닌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빠르게 국민을 위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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