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인구는 약 5%이며, 이 중 30%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구강관리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이다. 주지하다시피 장애인들은 구강건강이 열악하며, 치과 이용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부산시에서 장애인치과주치의제도 시범사업이 시작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장애인 치과진료를 하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많은 치과의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서 만족하기보다는 제도를 안착시키고 보다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며, 치매 등을 포함한 장애범위의 확대, 좀 더 포괄적이고 일상적인 예방과 관리, 장애인구강보건체계의 확립 등의 과제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사람의 몸에 손상(impairment)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손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disable)에 빠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결국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handicap)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관점이었다.
장애운동가 김도현 씨는 그의 책 ‘장애학의 도전’에서 이런 장애에 대한 관점을 비판한다. 무언가 할 수 없게 되는 원인을 해당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속성인 손상에 귀착시킨다는 것이다. 척수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사람 몸에 존재하는 손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저상버스로 인하여 그들도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척수장애인이 버스를 못 탄 이유는 척수 장애 때문인가, 버스 때문인가? 우리나라의 발달 장애인이 시설 거주인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들 대다수가 자립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 호주,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자립해 지역사회에 통합된 채 살아간다. 발달 장애인들이 어떤 나라에서는 자립할 수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자립할 수 없다면,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없음’이라는 장애를 경험하는 원인이 그들의 인지적 ‘손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의학적 생물학적 측면에서만 장애를 바라보던 것에서 사회적·물리적 환경 요인이 결합된 새로운 장애개념을 도입하고 환경영향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손상은 장애가 된다고 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치과의료 접근성이 낮고 구강상태가 열악한 것은 그들이 갖는 손상 속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그런 장애를 가지게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이 느끼는 장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회뿐 아니라 의료 기술과 제도가 가야 할 방향이지 않을까 한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