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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성명서의 힘, 최치원에서 서울지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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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868년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신라 6두품 출신으로서 출세에 한계가 있었던 그는 18세에 외국인 과거시험인 빈공과에 장원급제한다. 이후 회남 절도사 고변의 추천으로 관역순관 지위에 올랐다. 이때 황소의 난이 일어났다. 소금세가 높아지자 밀매업이 성행하고 밀매업자의 두령인 황소가 산동성과 하남성을 점령하고 급기야 장안을 함락, 황제 희종은 쓰촨으로 도망쳤다. 때마침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이 빛을 발한다. 삼국사기는 이를 중국고사를 인용한 장중체 문장으로 전한다.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 의논할 뿐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까지 너를 죽이려고 의논하였다” 대목에서 그 준엄한 꾸짖음에 놀란 황소가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알려진다.


인류 역사는 말, 글, 행동의 자취다. 글의 정수인 성명서는 리더가 일정 사항에 대한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글이다. 크게 보면 모세 십계명,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모든 인류의 계율과 역사적 논쟁이 글로 이뤄져 왔다. 시의적절한 언어 구사력과 문장은 정치에서 필수다. 성명서의 위력과 파급효과는 지대하며 그 전파는 가히 빛의 속도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며 그 이면에는 각 단체의 회장, 공보이사, 홍보이사 등 관련 임직원들의 각고의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지부는 지난 5월에 불법이벤트치과를 퇴출시키고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구절절 옳다. 과도한 할인은 치의를 이간질시키며 불법광고는 불온삐라 같은 것이다. 그전에는 대내적으로만 한 것에 비해 대국민, 정부기관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파격적이다. 과거 불법회원도 회원보호 차원에서 공개적인 성명서를 생략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한 처사고 발 빠른 대처다. 불법행태가 계도 한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자율징계권 획득의 근거와 초석이 될 것이다.


치협도 “정부와 여당은 졸속 의대, 치대, 한의대 신설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산술적인 증원만을 고집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국민을 행복하게도 못하고 치의를 더욱 강퍅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치협은 “향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치과의사 수 확대 기도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의협 등과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투쟁으로 당선된 회장답다. 말에는 책임과 행동이 뒤따르므로 반드시 그리해야 할 것이다. 간디는 남아공에서 변호사 시절, 잦은 언론기고(성명)와 전보를 하며 ‘사티아그라하(비폭력저항)’ 파업을 했다.


그런데 요즘 국민은 트럼프와 김여정의 허언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엄포를 놔도 놀라지 않으며 아무리 기상천외한 언사를 하더라도 신뢰하지 못한다. 면역력이 생기고 역치가 높아진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은 불안하다. 정치인들의 말과 성명서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전문 직역이 이를 모방해선 곤란할 것이다. 생리상 맞지도 않고 전문가적인 합리적 논거에 부합되지 못한다. 우리식의 치밀함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6월 초, 코로나 확산우려로 SIDEX 개최 유무에 따른 서울시와 복지부의 개입, 언론의 자극과 국민 여론이 가세되며 치협과 서울지부는 불협화음으로 회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2주 지난 시점에서 보면 개최는 성공적이었다. 의료인의 치밀함으로 학술대회의 모범을 보인 셈이다. 다만 치협과 서울지부는 입장이 다르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차이가 있고, 스케일도 다를 수 있다. 경제적 손실과 방역 실패에 따른 부담감으로 결정과정은 갈등과 고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치협은 반대해서 정부와 국민 편에 면이 섰고, 서울지부는 일관성을 견지해서 회원 편에 면을 세운 셈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만 외부의 적과 싸울 때는 합심은 필수불가결이다. 다시 한 번 서울지부 처사에 박수를 보낸다. 최치원 격문이 역사에 남았듯이 SIDEX 관련한 서울지부의 말, 글, 행동도 치과계 역사에 빛날 것이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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