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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막말과 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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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그 분위기가 독특하여 필자가 심히 좋아하는 미국 PGA선수가 하나 있는데, 그는 2015년 4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당시 22세의 청년, 조던 스피스다.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같은 대회에서 공동 2위를 할 때부터였다. 그의 눈빛과 표정, 몸가짐에서 다른 스타급 선수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많은 경우 종종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은 플레이 결과나 갤러리들의 불편한 움직임에 거칠게 반응하고, 함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동반선수들의 페이스와 심기는 아랑곳 않는 언행을 일삼는 일부 선수들과 많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조용하고 겸손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티박스에 올라 그 어떤 훌륭한 샷을 날리고도 우쭐해 하는 법이 없고 갤러리와 동반선수들에게 ‘골프는 이런 분위기로 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그는 2015년 US오픈챔피언십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깝게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그가 좀 더 공격적 파이팅의 멘탈이 갖춰져야 타이거 우즈 같은 위업을 이룰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필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필자는 조던 스피스의 골프성적보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갖추며 자신의 일(경기)에 대한 몰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모든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 또는 일등과 일등이 아닌 자를 구분 짓는 과정이라 하지만 조던 스피스의 그 분위기는 겸손과 배려가 갖춰진 한 단계 높은 문화이고 급이 다른 승리라 이름하고 싶다.


옛날 포악하고 불같은 성격의 장군 하나가 자기 의형(義兄)의 죽음을 보복하려는 성급한 전투계획에 신중한 조언을 하는 수하 두 명을 여러 군졸 앞에서 태형(笞刑)으로 모욕을 주고 술에 취해 잠든 그 날 밤, 그 두 무사의 칼에 죽임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 두 무사의 이름은 범강과 장달이고, 그들의 칼에 55세의 생을 마감한 장본인이 삼국지의 그 유명한 장비였음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본디 감정표현이 거칠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성격에 조급한 마음과 무례한 습관이 만나면 얼마나 위태롭고,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손실과 파국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막말과 무례의 시대에 산다. 관대한 승리나 우아한 패배는 영화에서나 보는 연출된 상황일 뿐, 현실의 모든 크고 작은 사안들은 이제 이기고 지는, 재대결의 기회가 있는 게임들이 아니라 먹느냐 먹히느냐의 극한상황으로만 해석되는 절박한 담론들이다. 그러나 공평과 정의에 대해 공동체의 공감이 가능하고 그 공감들을 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합의할 줄 아는 게 인간이기에, 나누어야 할 먹이가 제한되어 있을 때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불사하는 동물과 우리가 다른 게 아닐까. 막말과 무례가 난무하는 시대를 의연히 살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행복의 지표는 좋은 관계’라는 명제다. 이 명제는 197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우리가 눈으로 본 현대의 성인이었음에도 신의 부재에 대한 느낌과 고통까지 경험하고 개인적 고백을 하였던, 테레사 수녀(1910~1997)가 남긴 ‘우리들에게 평화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라는 중요한 말씀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진리다.


이 시대에 난무하는 막말과 무례의 바이러스는 소중한 관계들을 파괴하는 가공할 전염병이며 그 확대 재생산의 기세는 COVID-19을 훨씬 넘어선다. ‘나는 나 아닌 것들의 모아짐이고, 내가 아닌 것들은 나의 흩어짐이다’라는 말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 그 모든 이유들을 설명한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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