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막말과 무례

URL복사

김용호 논설위원

그 분위기가 독특하여 필자가 심히 좋아하는 미국 PGA선수가 하나 있는데, 그는 2015년 4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우승자였던 당시 22세의 청년, 조던 스피스다.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같은 대회에서 공동 2위를 할 때부터였다. 그의 눈빛과 표정, 몸가짐에서 다른 스타급 선수들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많은 경우 종종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은 플레이 결과나 갤러리들의 불편한 움직임에 거칠게 반응하고, 함께 페어플레이를 해야 할 동반선수들의 페이스와 심기는 아랑곳 않는 언행을 일삼는 일부 선수들과 많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조용하고 겸손한 눈빛으로 조심스레 티박스에 올라 그 어떤 훌륭한 샷을 날리고도 우쭐해 하는 법이 없고 갤러리와 동반선수들에게 ‘골프는 이런 분위기로 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그는 2015년 US오픈챔피언십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아깝게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그가 좀 더 공격적 파이팅의 멘탈이 갖춰져야 타이거 우즈 같은 위업을 이룰 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필자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필자는 조던 스피스의 골프성적보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갖추며 자신의 일(경기)에 대한 몰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모든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 또는 일등과 일등이 아닌 자를 구분 짓는 과정이라 하지만 조던 스피스의 그 분위기는 겸손과 배려가 갖춰진 한 단계 높은 문화이고 급이 다른 승리라 이름하고 싶다.


옛날 포악하고 불같은 성격의 장군 하나가 자기 의형(義兄)의 죽음을 보복하려는 성급한 전투계획에 신중한 조언을 하는 수하 두 명을 여러 군졸 앞에서 태형(笞刑)으로 모욕을 주고 술에 취해 잠든 그 날 밤, 그 두 무사의 칼에 죽임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 두 무사의 이름은 범강과 장달이고, 그들의 칼에 55세의 생을 마감한 장본인이 삼국지의 그 유명한 장비였음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본디 감정표현이 거칠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성격에 조급한 마음과 무례한 습관이 만나면 얼마나 위태롭고,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손실과 파국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막말과 무례의 시대에 산다. 관대한 승리나 우아한 패배는 영화에서나 보는 연출된 상황일 뿐, 현실의 모든 크고 작은 사안들은 이제 이기고 지는, 재대결의 기회가 있는 게임들이 아니라 먹느냐 먹히느냐의 극한상황으로만 해석되는 절박한 담론들이다. 그러나 공평과 정의에 대해 공동체의 공감이 가능하고 그 공감들을 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합의할 줄 아는 게 인간이기에, 나누어야 할 먹이가 제한되어 있을 때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불사하는 동물과 우리가 다른 게 아닐까. 막말과 무례가 난무하는 시대를 의연히 살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행복의 지표는 좋은 관계’라는 명제다. 이 명제는 197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우리가 눈으로 본 현대의 성인이었음에도 신의 부재에 대한 느낌과 고통까지 경험하고 개인적 고백을 하였던, 테레사 수녀(1910~1997)가 남긴 ‘우리들에게 평화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라는 중요한 말씀 속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진리다.


이 시대에 난무하는 막말과 무례의 바이러스는 소중한 관계들을 파괴하는 가공할 전염병이며 그 확대 재생산의 기세는 COVID-19을 훨씬 넘어선다. ‘나는 나 아닌 것들의 모아짐이고, 내가 아닌 것들은 나의 흩어짐이다’라는 말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 그 모든 이유들을 설명한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분석과 견해 | cash flow의 가치

SPY, GOLD, SCHD, O, JEPI의 수익률 비교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화폐를 발행했고, 이는 달러를 비롯한 명목화폐의 가치 절하로 이어졌다. 이후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위기는 2022년의 연준의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이어졌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cash is trash’라고 불리기도 했던 현금의 위상은 재평가 받게 됐다. 2022년은 미국 달러화와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이 크게 하락하는 유례없는 해가 됐는데, 당시 ‘킹달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2022년은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해이고,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금리인상기에는 가치주 투자나 배당주 투자의 적기이기도 하다. 성장주, 부동산, 암호화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던 가치주와 배당주는 2022년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재평가를 받게 됐고, 기준금리가 오르고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며, 부채 위기로 현금이 귀해진 최근까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가치주와 배당주 투자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져갔다. 2024년 4월 현재도 주식투자를 하는 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