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생님으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하고 여러 통의 문의 전화를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나름대로 열심히 써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어떠한 부분은 전달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며, 과학적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30여년 동안 수많은 턱관절 환자를 진료해오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나름대로 정립을 한 내용을 여러분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하였지만 작은 지면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오랫동안 턱관절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점은 턱관절 환자들의 증상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사람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환자는 한쪽 귀에서만 귀지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한쪽 눈만 빠지도록 아프기도 하며 혹은 눈물이 흐르고 충혈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입을 벌리고 있으면 왼쪽 눈만 가렵다고 하는 특이한 환자도 있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떠한 기전이 이렇듯 희한한 증상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턱관절의 위치가 정상으로 됨에 따라 이러한 증상들이 서서히 소실되어 간다는 것이다.
하악과두가 비정상적으로 위치가 변화하면서 귀나 눈 혹은 얼굴 주위를 지나가는 신경, 혈관, 림프액 등을 압박함으로써 그러한 증상들이 나타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턱관절 장애와 이러한 증상들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증명하기에는 오늘의 현대의학 수준이 너무도 미흡하다.
그러나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인과관계가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아직도 현대의학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의 과학으로 밝혀낼 수 없는 동의보감의 내용이 언젠가는 과학이라는 이름의 형식으로 증명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필자가 진료실에서 만난 턱관절 환자들의 고통은 우리 치과의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못 심각하다.
어떤 여자환자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머리를 벽에 들이박고 싶은 적도 있었다는 말을 하여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으며 어떤 젊은 환자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원인 모를 통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또 어떤 주부환자는 한 시간만 걸어 다녀도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심한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며 주부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눈물을 적시기도 하였으며,
어떤 부인은 너무 고통이 심해서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것이 무서울 정도라고 하였다.
의외로 많은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혹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자를 찾아왔을 때 턱관절 장애라는 판정을 받게 되면 반신반의하면서 그동안 허비한 시간과 경제적인 손실을 안타까워한다.
지금도 치과계에서는 턱관절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다. 기존의 학자들은 턱관절은 단지 턱관절일 뿐 인체의 다른 부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인체는 유기적이라는 이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체는 자동차처럼 부속품을 짜맞추어 놓은 조립체가 아니라 모든 조직 하나하나가 동일한 체제 속에서 상호보완하며 움직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서서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턱관절이 한쪽으로 틀어지게 되면 두개골 무게의 중심축이 바뀌며 그 결과 두개골을 받치고 있던 경추가 서서히 틀어지게 되고 이어 마치 도미노처럼 전체 척추가 틀어지게 된다는 이론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학설이 아니다.
또한, 척추는 중추신경계인 척수를 보호하고 척수로부터 자율신경계가 갈라져 나와 인체의 모든 장기를 지배하며 척추가 틀어지거나 손상을 받았을 때 그 부위를 관장하는 장기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근거에 입각해서 턱관절 이상이 장기 기능의 이상을 가져와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는 전혀 비약적이 아니라 생각된다.
굳이 턱관절 이상이 전신질환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주장한다면 반대로 관계가 없다는 것도 밝혀내야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아마 지금의 현대과학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리라 보인다.
턱관절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어야 할 치과의사들이 지금과 같이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의원이나 정형외과 혹은 통증클리닉, 내과 등의 병원들을 ‘병원쇼핑’ 하듯 전전하고 다닐 것이다.
치과의사 자신들이 작은 치아나 구강 내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동안의 원고를 통하여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