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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풍요로운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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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그리스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소포클레스(Sophokles B.C.497~406)는 군인, 정치가로 그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받으며, 당시 아테네의 우상으로 92세까지 살았던 인물이다.

 

비극을 서사함에 있어 남달리 뛰어났던 그의 문학적 소양은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편가름의 행태가 작금의 인류와 다르지 않던, 당시 같은 진영 내 구성원이 지향하고 추구하는 바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사실, 즉 미묘해도 분명 서로 다르다는 프레임 속에서 발휘됐다. 요컨대 그는 사람들이 제각각인 것 자체를 비극의 시작으로 본 듯한데, 마치 개개인이 하나의 국가처럼 엄청난 주권이나 불요불급한 이익을 주장하는 현재의 지구촌을 예언한 듯하여 흥미롭다. 이에 더해 그가 남긴 말 중 ‘전쟁은 정작 악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경우는 없고,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만을 학살한다’는 말 또한 문명을 표방하며 포성 없는 전쟁 중인 잔인한 이 시대 속에서 선량한 이들이 더 많은 상처를 입는 것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창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던 지난달 21일, 뉴스화면을 보고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벌어졌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범인은 체포 당시 ‘사는 것이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는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어떠한 동기도 없이 살해한 이유라기엔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모르는 사람을 까닭없이 그토록 무참히 해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던 중 이어지는 보도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과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됐고, 또 한번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중학생 동생을 부양하려 집세가 저렴한 집을 찾아보던 ‘선량하게 열심히 살아보려는’ 젊은이였기 때문이었고, 사건 관련 보도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사회경제 구조상 같은 진영의 구성원으로 이해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해가 저질러졌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는 사람들에게 ‘땀 흘려 일하고 근검·절약하며 저축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하지 않는다. 그런 건 전후세대와 잘살아보자던 필자세대에 유행한 ‘가난한 이데올로기’였고, 지금은 태어났다면 당연히 저절로 행복할 권리가 있는 ‘풍요로운 이데올로기’의 시대이니, ‘힐링’을 권하고, ‘럭셔리’로 모시겠다며 돌려막기할 카드까지 달콤히 소개한다. 아직 약하고 어린 세대들의 일부는 돈의 위력에 사기가 꺾이고, 돈의 논리에 고귀한 사유(思惟)에서 멀어진다. 한 줄기 빛도 없이 닫힌 듯한 미래는 이들에게 엄청난 두려움이 아닐 수 없고, 지속되는 두려움은 임계점을 넘는 불안과 공포를 생성하는 끝에, 강한 적보다는 약한 상대를 골라 선택하는 극단적 거동에 우리 공동체는 놀라거나, 혹은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볼테르는 ‘사람은 땀 흘려 일함으로써 지루함과 선하지 못함, 그리고 빈곤이라는 게 자기 악으로부터 구원 받는다’고 했고, 지브란은 ‘삶이 힘든 나머지 살아가는 일이 이마에 적힌 저주라고 생각된다면, 이마에 흘리는 땀방울만이 그 저주를 씻어버릴 수 있음을 기억하라’고 했다. 이 시대는 젊은이들 아니, 모든 이들에게 IT와 바이오, 신에너지와 같은 대박산업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하는 삶을 줘야 한다. 이 단순한 과제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대처가 훗날 모든 고난과 상처들이 성장과 성숙의 기회였다고 기억하게 될지, 아니면 끝없는 갈등과 후퇴, 소멸로 이어졌던 시대로 기록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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