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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엄혹한 시절, 그만둘 것과 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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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자기 자신을 편견없이 평가하고 제대로 비판하는 것은 실로 성숙한 행위다. 이는 개인은 물론 작은 공동체에서 국가까지 적용되는 동서고금 불변의 귀한 행동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숨김없이 그대로 기록하여 신랄히 동시대를 비판한 소설 ‘분노의 포도(1937)’는 1940년 퓰리처상과 더불어 20세기에 출생한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1962)을 미국에 안겨준 소위 ‘미문학계의 거인’, 존 스타인벡(1902~1968)의 대표작이다.

 

30대가 넘어 조금씩 주목받는 작품들을 쓰게 되고, 50대에 접어들며 자신의 고향인 미 서부 Salinas 지역의 서사시적 작품인 ‘에덴의 동쪽(1952)’ 등 평단의 인정을 받는 작품들을 내놓은 스타인벡은 어려운 계층의 고통을 간결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정확히 전달하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도 프린스턴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시절, 졸업에는 관심없이 흥미로운 과목만 수강하다 중퇴했다는 이력에서도 그의 세심한 관찰자적 스타일을 살짝 드러냈던 것 같다. 요컨대 그는 과장이나 허구로 극적 효과와 연출된 감동을 작품 속에 욱여넣기 보다는 정확한 사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 무게를 둔 듯하다.

 

‘…사람들이 강에 버려지는 감자를 건지려고 그물을 가지고 오면 경비들이 그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버려진 오렌지를 주우려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이미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감자를 바라본다. 도랑 속에서 죽임을 당해 생석회에 가려지는 돼지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산더미로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 속엔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익어간다…’ (분노의 포도, 민음사)

 

먹을 것과 잠들고 쉴 곳이 없다는 것만이 어려운 시절은 아닐 것이다. 위 발췌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엔 우리 시대와 사회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 시대가 감자와 오렌지, 돼지가 부족한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감자를 못 건지게 하고, 오렌지에 휘발유를 뿌리는 것과 다름 없는 처사를 서슴지 않는 안타까운 일들이 저질러지고 있기에, 선량한 다수의 눈 속에 스타인벡의 포도가 영글며 자란다. 이러한 얘기들을 꺼낼라치면 애써 심각한 목소리로 아프고 슬픈 옛날들을 이야기하며 빨갱이 보자기로 논지를 흐리려는 이들이 아직도 가끔은 보여 조심스럽지만, 이제 그런 이데올로기 설전(舌戰)으로 보낼 시간이 없다.

 

중요한 건 공동체의 미래다. 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미래는 조금씩 또는 상당히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 우리의 뜻을 수렴해야 Coordinate된 스탠스를 취할 수 있고, 강하고 정확한 스윙의 기회가 있다. 하면, 우리는 소통해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탓하고 흠잡으며 다투는 동안 우리는 만만한 먹잇감으로 전락할 뿐이다.

 

생을 마감하기 십 년 전쯤, 스타인벡은 평생을 두고 보아왔을 미국의 본 모습을 봐야겠다며 찰리라는 강아지와 함께 4개월에 걸쳐 미국 34개 주를 직접 설계한 캠핑카를 손수 몰며, 대도시나 유명관광지가 아닌 소위 뒷골목답사를 감행한다. 그 여정 중 집필했던 작품이 ‘찰리와 함께한 여행(Travels with Charley : In search of America)’인데, 그는 이 작품 속에 많은 所懷를 담아내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끝까지 조국과 동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인간의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여 미국인들의 긍정적 정서의 뿌리로 남았다.

 

이 엄혹한 시절, 우리의 리더들도 대립과 다툼을 마치고 따뜻한 애정과 상생의 소통을 통해 치과공동체의 선한 의지의 구심점이 되어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며, 우리 구성원들 또한 리더들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관심과 응원을 보내자고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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