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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비발디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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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87)

요즘 출근하면 제일 먼저 비발디의 사계를 틀어 놓는다. 그리고는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듣는다. 하루 종일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일주일이 넘도록 너무 오랫동안 상처받은 마음들을 회복시켜줄 방법은 생각하다 찾은 것이 비발디의 사계였다. 그리고 필자를 위해서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같이 마신다. 더불어 심적으로 화가 올라올 때에 먹으려고 항상 가득히 비치해 놓은 냉동실 속의 초콜릿도 먹는다. 감정 조절을 위하여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현대 철학자 가다머에 의하면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고 하였다. 따라서 요즘은 농담도 하기 싫은 마음이라서 가급적이면 언어의 표현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너무 가라앉고 침잠하려는 마음을 복원시키려고 노력한다.


한국 사람의 피 속에는 융이 이야기하던 민족적 집단의 원형인 강력한 공통 심리가 있다. 필자는 그것이 한(恨)이라고 생각한다. 반만년을 유지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사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정서이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건의 충격은 또 한스러운 사건으로 한민족의 공통적인 한이라는 공감대를 자극하고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거기에 지나온 세월동안의 국민 개개인들의 슬픔이 동조되었다. 결국 세월호 사건의 본질적 충격은 민족정서의 한을 관통하고 개개인의 아픔과 맞물려서 국민 모두를 눈물 흘리게 하였다. 필자도 이젠 방송을 보거나 생각만하여도 가슴이 뭉클거리고 눈물이 고여 온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환자만 보아도 가슴 속에서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한스러운 이 사건은 우리 자신들의 의식에 심한 타격을 주면서 한국에 사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의식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동안 자식이 1등이 아니라서, 일류대학에 다니지 않아서, 사고뭉치라서 불행하게 생각하던 부모들에게 건강한 자식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 것인가를 일깨워 주었다. 남보다 버는 것이 적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던 상대적 빈곤에 대한 불만을 지닌 이들에게 현실의 고마움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위만 보고 달려가던 사회의 잘못된 의식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모순의 핵심인 세월호 사건은 이제 늦더라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의식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1등을 하지 못한 한반 아이들 전체가 불행한 지금의 현실이, 꼴찌는 아니어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위쪽만보고 살다보니 자살 1위국이 되었다.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전 국민이 단 한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하여 간절하게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한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금 깨달아간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의 가치와 고마움과 감사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도 심한 심리적인 충격을 주었다. 인간의 추악함의 끝과 선함의 끝의 대립을 보았고 위대한 자연의 힘 속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정안수를 떠놓고 치성을 빌던 마음을 알았다. 한국의 지나온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역사적인 분수령에는 학생의 죽음이 있었다. 부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김주열은 4.19를 유발시키고 부패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고문 치사된 박종철 사건으로 군사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 수많은 어린 영혼들이 희생된 세월호 사건은 금전만능주의와 총체적인 사회의 모순, 잘못된 교육현실, 이에 편승한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 등 한국 전체 국민의 잘못된 의식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아니 이 아픔을 계기로 변해야만 그나마 너무 억울한 희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부정부패, 금전만능주의, 생명경시 풍조 등의 사회의 병리구조를 도려내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정안수를 떠놓고 빌던 이 땅의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들을 위하여 비발디의 사계를 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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