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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행복과 불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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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88)

어제는 여수행 KTX에 몸을 실었다. 요즘 화요일이면 전북대치전원 학생지도를 위하여 전주에 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반찬을 이것저것 준비하여 배낭가방을 꾸릴 땐 초등학생이 소풍을 가듯이 마음이 설렌다. 어려서 살던 이태원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택시로 용산역을 가는 길의 풍경은 초중고 시절과 모습이 변하지 않아서 좋다. 용산은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오산중학교를 지날 때면 중학교 2학년시절 수업시간에 창밖을 내다보면 잠수교 공사가 진행되던 일이 기억난다. 또 친구들과 무슨 다리가 수면에 저렇게 가까울까하고 이야기하던 일도 생각난다. 용산역에 도착하면 카페라테 한잔을 사들고 기차에 올라 좌석에 앉으면 여행의 설렘과 2시간 10분이라는 나만의 시간이라는 여유가 행복을 준다. 기차에서 제공되는 종이신문을 보면 웬일인지 반갑다. 인터넷으로만 검색하다보니 종이신문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탓일 것이다. 신문을 보고 가져간 책을 잠깐보다 시장기가 돌면 12시가 조금 지난다. 아침에 준비해온 보온병과 도시락을 열어서 반찬을 테이블 위에 배열시키면 꽉 찬 테이블이 마치 한정식집의 한상차림과 같이 뿌듯함을 준다. 점심을 마치고 양치질마저 끝내면 익산쯤에 도착한다. 익산에서 전주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리므로 짐을 싸고 내릴 준비를 마치고는 기차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하면 전주에 기차가 멈춘다. 기차에서 내리면 번잡하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전주역의 느낌에 행복하다. 그리고 택시를 타면 전북대 치전원까지는 3~5분정도 걸리며 3,800~4,000원 정도 나온다.


그런데 어제의 일이다. 항상 그렇듯이 택시를 타고 전북대치전원을 가자고하니 운전기사가 대답이 없다. 다시 물어보니 간다고 하더니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언가 기분 나쁜 듯한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신호대기 정지선에서 창문을 열고는 옆에 대기 중이던 택시 동료기사에게 자기가 기차역에서 1시간을 대기했다고 말한다. 순간 필자는 이해가 되었다. 1시간을 기다렸는데 장거리가 아닌 기본 요금의 거리를 가는 승객을 태워서 기분이 나쁜 것을 알고는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필자의 지인으로부터의 전화를 받는데 갑자기 택시기사가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다.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틀어 놓은 음악에 다음에 연락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학교에 도착하는 내내 택시기사는 지속적으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였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리는데 미안한 마음보다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식이면 안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미 그 택시운전사는 1시간을 기다리고 단거리 승객이라는 커다란 불행을 막 경험한 것을 필자가 목격하였으니 너무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그 택시기사는 장거리 고객은 행운이고 단거리 고객은 불행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전주역에서는 항상 1시간을 대기하여야 하며 어떤 고객이 승차할지는 복불복이니 그에게 행복과 불행은 운에 따라 좌우된다. 고스톱을 치듯이 사건의 결과에서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건만 그는 나에게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것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장거리 고객이 승차하기를 기대하는 기대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단거리 고객에 대한 실망의 정도가 남보다 더 크게 작용하였다. 급기야는 승차한 고객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결국 그런 개인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오지 못한다면 영원히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이 행·불행을 반복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생각의 단위를 하루 혹은 일주일로 잡기만하여도 확률은 같다는 이치를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경우의 수를 늘리면 결국 1이라는 동일성에 도달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모른다. 나도 그와 같은 어리석은 우(愚)로 스스로 불행을 느끼는 것이 없는지 돌아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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