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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탈과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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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 논설위원

치과의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여러 종류의 탈(假面)을 착용한다. 남편(부인)탈과 아빠(엄마)탈을 쓰고 하루를 시작한 후, 오전과 오후에는 원장탈로 교체하여 충성 환자부터 진상 환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을 진료하면서 진폭이 큰 감정 변화를 겪는다. 스트레스 해소 및 정서 치유 등 각자의 목적에 따라 저녁에도 만남의 시간은 계속되며 치과의사에게 주어지는 탈의 종류도 수시로 바뀐다. 손님탈, 수강생탈, 선배 및 후배탈, 친구탈 등등…. 지친 몸을 이끌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긴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착용한 탈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되면 칭찬의 박수를 받고 그렇지 못하면 비난의 함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 끝자락에는 수많은 탈들이 싸여있고, 탈의 종류와 역할에 따라 치과의사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의 현재 성적은 몇 점이나 되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 민초들의 삶이 녹아든 탈은 그 종류가 무척 많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하회탈과 각시탈을 비롯하여 양반과 하인탈, 영감과 할미탈, 백정탈, 파계승탈, 초랭이탈, 총각탈 등이 있다. 각양각색의 탈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겠느냐는 호기심도 있지만, 치과의사인 필자에겐 탈에 만들어진 치아가 더욱 인상적으로 비쳤다.     


우리 조상들은 오복 중 하나인 치아를 건강의 척도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신념이 고스란히 탈에도 적용되어 건강한 사람을 표현한 탈에는 치아를 생략하였고 병든 사람에게는 전치부 몇 개만 표시하였다. 양주 별산대놀이의 하인탈인 말뚝이와 취바리와 봉산탈춤의 팔먹중의 탈에서는 치아를 볼 수 없다. 반면에 양주 별산대놀이의 옴중, 샌님, 눈꿈쩍이와 봉산탈춤, 동래야류와 통영 오광대의 말뚝이에는 상하악 전치부가 몇 개만 만들어져 있다.


치아의 모양, 개수와 교합도 민중민속 문화의 상징인 탈에서 관찰된다. 가산 오광대의 말뚝이는 치아가 삼각형으로 그려져 있고 양주 별산대놀이의 눈꿈쩍이와 샌님과 통영 오광대의 말뚝이는 사각형 모양의 치아를 가진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초랭이탈에는 치아가 모두 빠져있지만 상악과 하악이 톱니가 물린 모습처럼 보인다. 북청사자놀음의 사자탈에는 상하악을 합해서 36개의 치아가 그려져 있어 대한민국 탈중에서 단연 최고이다.       


탈과 치아의 관련성을 알게 되면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필자는 최근에 사위탈을 착용하면서 보냈다. 결혼 생활 16년 동안 사위로서 특별하게 기억날만한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장인어른이 ‘목숨’을 걸고 한국 전쟁에 참여한 것처럼 결연함은 없었다.


필자는 SNS를 통해서 내 자랑을 수시로 뽐내었지만 장인어른께서는 본인의 자랑을 한 번도 표현하신 적이 없었다. 생전에 큰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으셨던 장인어른을 배웅해드리며 반성과 교훈을 동시에 깨닫는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사위탈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왕이 돌아가시면 ‘망자탈’을 만들어 함께 묻었다고 한다. 이유는 시신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또한 시체에 악령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여 왕의 영혼이 극락으로 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장인어른께서는 가족들로부터 받은 망자탈을 착용하시고 천국으로 가신 것으로 굳게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저와 아내를 위로해주신 모든 분께 이곳에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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