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개최된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열의는 뜨거웠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진 듯하다. 지난 1년간 집행부가 추진한 회무에 대한 공과를 논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총회의 가장 큰 임무이지만 올해는 회무보고부터 핵심 현안에 대한 토의나 질의가 턱없이 부족한 채 시간에 쫓기듯 통과되었다. 회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대의원들의 냉철한 지적과 의견이 없는 한 미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직선제 정관개정안은 제도 시행의 타당성과 장단점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 했음에도 논쟁의 중심이 결선투표의 가능성 여부가 되었다. 치협의 로드맵대로라면 내년 총회에 집행부안으로 정관개정안이 상정될 것임으로 올해 부결되었다 하더라도 직선제를 원하는 쪽에서 낙담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본질보다는 시행 방법이 주가 되어 논의된 것은 회원들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결산보고서와 예산안의 심의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미불금 총회’로 각인될 정도로 미불금 과다사용과 집행의 적법성에 대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미불금은 전임 집행부의 마지막 흔적이므로 현 집행부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임 집행부 책임자를 총회장으로 불러 추궁할 수도 없다. 오로지 감사의 의견에 의지해야 하므로 감시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의원총회 전부터 전현직 집행부의 핵심 인사들만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치과전문지에 버젓이 기사화됐다. 언론보도를 인용해 의혹을 제기한 대의원의 발언을 토대로 한다면 전형적인 전임 집행부와 현 집행부의 힘겨루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대의원들은 미불금 조사특위를 구성해서 파헤치기보다는 큰 틀에서 집행부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의혹제기와 향후 대책마련 수준으로 정리된 미불금 논쟁은 결국 오전과 오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 셈이 돼버렸다.
지난 제28대 협회장 선거에서 최남섭 후보가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치과계 각계각층을 어우르는 통합의 정치, 통합의 회무였다. 오랫동안 불법네트워크 척결사업 및 각종 법적인 다툼으로 상처투성이가 됐던 회원들에게는 지역별, 대학별, 이념적인 대립은 한낱 사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부 회장과 치협 선출직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던 최남섭 후보가 모교 후보경선의 패배를 딛고, 집행부 단일후보로 추대되어 협회장 당선에 이른 것도 특정 대학이나 세력에게 회무를 맡기지 않겠다는 회원들의 적극적 의사표현이었던 것이다.
올해에도 대의원들은 집행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소송관련 법률비용 등으로 악화된 재정을 위해 적립금 회계 중 12억원을 법무비용 별도회계로 이관시켜 주었고, 운영기금에서 장기대여한 공정위 과징금 5억원과 2013년 FDI 총회 유치비용 등을 탕감하여 운신의 폭을 넓혔다. 회원들은 최남섭 집행부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보수진영에게는 생소한 복지라는 카드를 포용하여 큰 힘을 얻었듯 집권 2기에 돌입한 최남섭 집행부가 각계의 목소리를 포용하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위기의 치과계를 강력하게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