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이라는 것은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통제하거나 지배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그 일을 처리해 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도둑이 들면 서로 골치 아픈 일을 하지 않기 위해 관할싸움을 하면서 경찰관들이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미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에는 경찰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임상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진료에 집중하기도 힘든데 여러 가지 행정적인 판단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보장보험인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업재해보험이 서로 자기가 책임지는 부분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의 소관이 아니니 저쪽에 가서 알아보슈”라고 한다면 환자들은 난감해 할 것이고, 진료하는 원장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업재해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던 근로자가 산재요양이 종결된 이후의 후유장애를 건강보험으로 치료한 데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이라며 징수 처분을 내리자 이를 취소하라는 의견표명을 내놨다. 2006년 근로자 박모씨는 작업 중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넘어져 디스크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 처분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산재 요양이 끝난 이후에도 완쾌되지 않자 2008년에는 건강보험으로 6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박씨가 산재환자이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지원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근로복지공단은 박씨의 산재요양이 종결되었기 때문에 이후 치료비는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근로복지공단이든 건강보험공단이든 어느 한쪽에서는 박씨의 치료비를 지원해야 하므로, 우선 건강보험공단이 내린 부당이득금 징수처분을 취소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권익위는 양 공단이 협의해 박씨의 치료비를 부담할 주체를 정하라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도 비슷한 경우가 생긴다.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했더라도 기왕력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일부분으로 제한해 치료비를 책임진다. 환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에 의한 부분의 치료는 비율에 따라서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질병에 의한 치료비 부분은 건강보험에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으로 청구하면 자보환자 건은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치료비 중 30%가 기왕력이라는 판결이 나와도 청구가 불가능하다. 현재 자동차보험을 심사하는 심평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자배법에 의해서 기존 질환이 교통사고에 의해서 악화가 되었다면 기왕력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고 인정하는 심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심사에 국한된 것이고 해당 환자에게 최종적인 결정은 아니라 기왕력에 의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환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확립된 것이 아니므로, 각 기관별로 정책적 협의와 조정을 통해 명확히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제도는 사회보장보험제도의 취지에 따라서 각 기관이 각각의 목적으로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지 관할권과 책임을 놓고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알바 아니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는 태도로 이를 묵인하는 것이나 시간이 지나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