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에서 질병의 치료보다 환자와의 관계가 더 힘들다는 것을 느끼는 의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러하다. 갈수록 환자들의 의료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에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만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또한 이런 불편한 의료분쟁이 모두가 원활하게 해소되는 것 또한 아니다. 의료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환자의 행동이 변하지 않고, 또한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의료진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에 빠질 수도 있다.
환자와 의료진 중에 어느 한쪽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갈등 해결은 진정한 갈등 해결이 아니다. 예전처럼 권위주의적 사고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즉, 환자와 의사,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자가 만족하는 갈등 해결이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토머스 고든박사의 저서 ‘환자를 파트너로 만드는 법’의 일부분인 양자가 만족하는 갈등해결 방법을 소개해 보려한다.
첫째, 문제를 명확히 한다. 먼저 환자와 의료진은 어떤 사안이 불편한지, 또는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지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한다. 이때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명확하게 문제가 제시되면 양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마음가짐이 돼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가능한 해결책을 낸다. 제시된 문제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 모두 해결책을 제시하되 환자에게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권장한다. 환자는 자신의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존중되면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반발이 줄어든다.
셋째, 해결책을 평가한다. 제시된 해결책 중에서 양자가 실행 가능성을 평가한다.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유인지 등을 충분히 이야기한다.
넷째, 최선의 해결책을 결정한다. 이전 단계에서 평가하고 검토한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한다. 환자와 의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결정하면 그 해결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해결책이 서로의 욕구를 만족시키는지를 재차 확인하고 실행을 약속한다.
다섯째, 실행에 옮긴다. 해결책이 정해지면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데 누가, 무엇을, 언제 시행할지 결정한다. 이렇게 구체화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시간경과에 따라 효과가 없어지거나, 실행하다 도중에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결과를 평가한다. 해결책을 실행한 결과에 대해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고, 의료인의 생각을 말하면서 각자의 욕구가 만족했는지 점검한다.
이렇게 여섯 단계를 거치면서 문제 해결방법을 고민하면 환자 또는 의료진 어느 한쪽만 편한 해결방법을 상대방에게 통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호 문제해결에 대한 적극적 동참을 얻을 수 있으며, 협력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유도할 수 있다.
의료분쟁에서 자칫 잘못하여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게 된다면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의 조성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의료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한다. 이런 능력은 환자로부터 신뢰감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긴밀한 관계유지를 가능하게 해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의료현장은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이 병을 치료하러 가는 곳이다. 환자들에게 그 곳은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병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마음을 가진 환자들에게 건강을 찾는 과정을 행복하게 혹은 고통스럽게 느끼게 하는 최전방의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의료진들이다. 그렇게 때문에 환자와의 원활한 인간관계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화가 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환자와 의사,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