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어느 날 새벽,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체중이 1kg 남짓한 저체중 미숙아인 이란성 쌍생아가 태어났다. 당시의 의료기술과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신생아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처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후 남아는 사망하였으나 여아는 생존하였다. 생존한 여아는 적극적인 치료를 통하여 살아났다. 그리고 사망한 남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진행되었고, 그 소송에서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었다. 의료소송에서 확실한 증거나 상황이 아니면 의료사고가 인정되지 않던 시대에서 의료 매뉴얼과 매너리즘을 뛰어넘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의료소송에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처음으로 교과서적인 행동을 넘어 의료인의 기본적인 인지적 소양을 요구하는 판결이었다. 재판에서 승소한 변호사가 잘나가는 의료전문변호사 1호가 되었다. 이 재판을 기점으로 의료소송 시에 환자 측이 의료과실을 입증해야하던 시대에서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증명해야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2015년 11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의료전문 변호사가 54명이다. 지난 2010년 1월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 제도를 도입한 첫해에 20명 수준이던 의료전문 변호사가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의료소송 접수 건수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된 1989년 69건에 불과했지만, 2000년 초반까지 연평균 40%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2014년 대법원에서 발표된 ‘의료소송 접수 건수 추이’에 따르면 의료소송이 2002년 665건에서 2013년 1,100건으로 60% 증가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통계에서 2,000만원 이하는 배제되었으니 소액소송까지 전부 합치면 더욱 증가한다.
이렇게 의료소송이 증가되는 이유는 1) 기본적으로 의료행위 자체가 증가된 영향 2) 환자들이 매체를 통해 의료정보를 접하기 쉬워짐 3) 의사출신 변호사들이 증가한 점 4) 변호사들에게 의료시장이 매력적인 분야로 각광을 받는 점 등이 꼽힌다. 이런 사회적인 여건에서 성추행 등 의료인들의 도덕성 추락, 다나의원 사건 등으로 인한 윤리성의 추락은 의료인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트렸다. 의료인에 대한 불신은 진료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우울증 등 심리적 환자가 증가되면서 이런 경향 환자는 특히 더 의료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경향을 띄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쉽게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되었다. 또한 이런 틈새를 이용하여 ‘아니면 말고 식’의 진상환자 마저 증가되었다.
이 같은 의료 여건이 변호사 과잉공급과 맞물려서 의료전문변호사의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의료전문변호사 증가는 의료분쟁의 학문적인 해석으로 무의미한 소송을 막는 긍정적인 순기능적인 의미도 있겠으나 소송의 절대 수 증가라는 역기능도 있다. 공격에도 변호사가 필요하고 방어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의료전문변호사도 공격형 변호사와 방어형 변호사로 세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의료 가설 등이 이런 소송을 더욱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턱관절이나 교합이 척추만곡증의 원인이라는 내용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환자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한다. 심한 경우에는 교정치료로 척추만곡이 유발됐다는 확대해석을 낳고 이것이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과 이론들이 불신이나 불만을 지닌 환자의 눈에 띄고 사욕이 많은 변호사를 만나면 쉽게 소송으로 진행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 사욕 변호사나 불만 환자를 줄일 수는 없다. 검증되지 않은 이론은 환자의 창출이라는 긍정의 효과가 있으나 반면에 검증을 해야 할 경우에는 해가 된다. 따라서 의료인은 양날의 칼인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나 사견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위하여 최소한 인터넷 만에서라도 내려야한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