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의 부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승조)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율심의기구를 통한 의료광고 사전심의와 사전심의 대상 및 내용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12월 23일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행정권에 의한 검열’로 보고,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위반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개원가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단속이 진행되긴 했지만, 사전심의 자체가 위헌 결정이 나면서 허위·과장 광고가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각 의료인단체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위헌 결정이 나기 전인 2015년 2만2,931건에서 2016년 2,313건으로 90% 이상 감소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의료광고로 인한 환자의 피해였다. 특히 치과계의 피해는 더욱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대규모 할인 이벤트로 환자를 끌어 모은 서울 강남구의 한 치과가 돌연 폐업하며 수천명의 피해사례가 접수되는가 하면, 올해 초에도 인천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피해가 잇따르자 사전심의제도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치과계 내부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먼저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3월 발간한 ‘이슈와 논점’을 통해 사전심의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생명과 안전이라는 절대가치를 고려해 사전심의제도의 유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입법적 정비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 운영형태는 행정권을 배제한 독립적·자율적 방식에 초점을 둔 법 개정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의료법 개정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박인숙 의원(바른정당)을 중심으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부활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성과를 냈다.
개정된 의료법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따른 그간의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정 예정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 더욱 세졌다!
그렇다면 이번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된 의료법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라 심의주체가 행정부에서 각 의료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으로 바뀌었을 뿐 심의 대상이나 내용은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다.
의료법개정안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회 또는 소비자단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단체는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및 의료광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기존에 의료인단체에서만 운영됐던 사전심의기구는 행정권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었던 만큼, 이를 소비자단체로까지 확대시켜 다기관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심의기관 간 경쟁구도 도입 및 심의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공정성 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사전심의를 받고자 하는 의료인의 경우 해당 의료인이 속한 중앙회 또는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전심의기구 중 어느 곳에서든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자율심의기구는 의료광고를 심의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하며,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상 25명 이하로 위원을 구성하도록 했다. 위원으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소비자단체장 추천인,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인, 그밖에 보건의료 또는 의료광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자율심의기구장이 위촉하면 된다. 심의위원회에는 의사를 제외한 자격자들이 각각 1명 이상 포함돼야 하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를 제외한 자격자가 전체 위원의 1/3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내용적인 변화도 상당하다. 먼저 사전심의 대상에는 이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교통수단 내부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또한 영상·음성·음향 및 이들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광고, 이동통신 단말장치 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의 의료광고도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허위·과장광고 외에도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내용의 광고 △각종 상장·감사장 등을 이용하는 광고 △인증·보증·추천 받은 광고 등이 금지내용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