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2014년 봄에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한 척이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항해 부주의로 침몰해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을 비롯한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 10명이 실종되었던 세월호 참사. 당시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눈앞에서 기울어져 가는 배를 보며 변변한 구조 활동 하나 제대로 못해내는 우리 정부의 무능에 국민들은 분노와 탄식을 금치 못하며 “이건 나라도 아니야”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가슴을 치는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수사로 이어져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물론 그 도화선은 국정농단의 폭로에 의한 전 국민의 분노가 결정적이었지만…. 그 이후에 새로이 취임한 대통령은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국민의 안전을 강조하며 국정을 수행해 왔지만,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안전 불감증’이라는 적폐는 대통령 하나 바꾸어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인지, 작년 12월 3일에는 옹진군 영흥대교 부근 해상에서 낚싯배와 유조선이 충돌해 낚싯배 탑승객 22명 중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었다.
1) 또 같은 달 21일에는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는데
2) 안타깝게도 희생자 두 분은 우리 지부 회원들의 부모님이셨으며 장인, 장모님이셔서 우리 지부 회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재난사고에 빠른 대처를 보이던 현 정부는 대통령이 제천까지 내려와 문상했지만, 올해 들어 1월 20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고,
3) 26일에는 경상남도 밀양시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43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이어져서
4) 대통령이 또 현지에 가서 문상을 해야만 했다. 이쯤 되면 이전 정부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런 어이없는 후진국형 참사가 거듭되는 걸까? 물론 미시적인 원인으로는 유조선과 낚싯배 선장의 항해 미숙, 해경의 늑장 출동5), 건물주와 업주의 위법행위 등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단순 사고로 끝날 일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치명적인 근본원인이 있어 보인다. “내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남의 불편이나 생명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금전만능 혹은 배금주의다. 중산층의 척도가 자산의 보유정도로 가늠되는 나라에서는 타인을 위한 배려나 인내 또는 희생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10년 단위로 금융위기를 겪어온 우리 국민들에게 무조건 희생과 인내, 준법 활동을 강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우리가 내세울 만한 점도 많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눈부시고도 빠른 경제 성장,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국가! 하지만 정신없이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숨 돌리며 우리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능률, 수익성 혹은 비용절감, 편의라는 탈을 쓰고 불쑥불쑥 나타나는 천민자본주의의 추한 몰골이 빤히 보인다. 후손들을 위한 보다 나은 미래, 안전한 나라를 원한다면, 돈벌이를 최고의 가치로 하던 이제까지의 삶의 태도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알맞게 벌고 적당히 쓰며 자연에 해를 덜 끼치는 安分自足의 생활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안전조치에는 비용이 듦을 알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금’이든 ‘준조세’이든…. 또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비용도 갹출해야만 한다. 일련의 사고 희생자 대부분이 서민인 것을 보면6) 요즈음의 사고는, 안전 또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재난 대응을 위한 빈틈없는 점검과 훈련 또한 빠뜨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대통령이 소중한 시간을 더욱 가치 있는 데 사용해 우리 삶의 질을 더 높여주지 않을까 한다.
<각주>
1)스페셜경제 박고은 기자 2017.12.12
2)위키 백과 2018.02.04
3)위키 백과 2018.02.04
4)위키 백과 2018.02.06.
5)계류장에 해경이 도착 시, 민간 선박 일곱 척이 계류되어 있어 즉각 출동이 어려웠다는데, 이는 소방서 긴급출동 차량이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출동하지 못 한 것과 같다.
6)영남일보, 성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