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풀이와 풀기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4)

12월의 절반을 넘어서 이제 올해도 열흘 남짓 남았다. 대부분의 모임에서 망년회(忘年會)로 하루하루가 바쁜 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송년회라는 말보다는 망년회라는 말이 더욱 많이 들린다. 망년회는 국어사전에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그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이며, 송년회는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이란 뜻이다.

 

그런데 망년회는 忘年會(ぼうねんかい)라고 하여 일본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일본에서는 신년회와 망년회를 한다. 신년회는 4월 초에 시작하며 그때가 벚꽃이 만발할 때이다. 그래서 벚꽃구경 한다는 명분아래 신년회를 한다. 아주 일본적인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를 시작으로 한해의 모든 일정이 시작된다. 그것이 우리에겐 ‘벚꽃놀이’로 알려져 있는 ‘お花見’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잔재적인 요소로 여의도에서 벚꽃축제가 열릴 때마다 필자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연말에는 망년회를 한다. 다 잊자는 것이다. 직장에서 억울한 일이나 힘들었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새 출발하자는 의미이다. 이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주 일본적인 내용이다. 일하는 동안에는 꾹 참고 일을 하고 연말에는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섭섭함이 있었다면 그것이 어찌 하루 만에 잊어질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아도 정신건강에 너무 좋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다르다. 얼마 전 필자가 현재 배우고 있는 ‘살풀이’의 대가인 인간문화재 정재만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교수님은 우리 민족의 정서는 ‘푼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살을 풀면 ‘살풀이’고, 한을 풀면 ‘한풀이’고, 화를 풀면 ‘화풀이’라고 하시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 정서를 가진 민족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어떻게든 만나서 풀어야 끝나는 것이란 말씀을 하셨다. 더불어 같이 나누는 것이 베푸는 것으로 그 또한 ‘푸는’ 것이라 하였다. 결국 남의 것을 풀어주는 것이 ‘살풀이’고, 내 것을 푸는 것이 ‘한풀이’고, 남을 위해 푸는 것이 ‘베푸는 것’이란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전통적인 연말의 정서는 엉키고 맺힌 것들을 잊어버리는 망년회가 아니라 그것을 지혜롭게 풀어가면서 한해를 베풀고 보내는 송년회(送年會)인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잔재와 더불어 너무도 힘든 현실을 풀려고 또 노력해야 하느니 풀기보다는 그냥 덮어버리는 망년회로 바뀌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풀기’에는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사람과 사람의 일 또한 수학문제를 풀듯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새벽 7시에 ‘살풀이’춤을 배우고 있다. 탈춤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정재만 교수님의 ‘춤과 전통의 깊이를 맛보려면 살풀이를 먼저 배워야한다’는 조언에 살풀이로 바뀐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싫어서 골프도 끊었던 필자이지만 요즘은 상큼한 새벽 공기와 차가운 연습실의 마루바닥을 버선신으로 느끼는 감이 좋아 일찍 연습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인다. 어떠한 잡념도 없다. 그러기에 좋다. 살풀이는 하늘에 대한 공경으로 시작하여, 땅에 대한 감사로 이어져, 인간의 삶을 매끄럽게 풀어주는 춤이다. 즉, 천지인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기에 춤에 깊이가 있고 품격이 있고 멋이 있고 맛이 있다.

 

손끝 하나의 움직임도, 버선발 한끝의 움직임도 감동을 주며, 여리디 여린 살풀이 비단수건이건만 무겁기가 한이 없을 때도 있고 가볍기가 잠자리 날개 같기도 하다. 우리의 것은 너무도 흔한 듯하며 튀거나 잘난 척을 스스로 하지 않기에 스치고 지나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한없는 깊이가 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그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으니 그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신묘년 끝자락에 올해가 다하기 전에 아직 풀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분석과 견해 | cash flow의 가치

SPY, GOLD, SCHD, O, JEPI의 수익률 비교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화폐를 발행했고, 이는 달러를 비롯한 명목화폐의 가치 절하로 이어졌다. 이후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위기는 2022년의 연준의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이어졌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cash is trash’라고 불리기도 했던 현금의 위상은 재평가 받게 됐다. 2022년은 미국 달러화와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이 크게 하락하는 유례없는 해가 됐는데, 당시 ‘킹달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2022년은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해이고,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금리인상기에는 가치주 투자나 배당주 투자의 적기이기도 하다. 성장주, 부동산, 암호화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던 가치주와 배당주는 2022년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재평가를 받게 됐고, 기준금리가 오르고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며, 부채 위기로 현금이 귀해진 최근까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가치주와 배당주 투자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져갔다. 2024년 4월 현재도 주식투자를 하는 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