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의 부활은 반길 일이지만, 심의 자체를 민간에게까지 허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단체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심의기관 간의 경쟁구도 심화로 사전심의의 본래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환자나 소비자에게 유해한 의료광고를 사전에 거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9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단체에서 사전심의 역할을 득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소비자단체여야 하고, 설립목적 및 업무범위에 의료 또는 광고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또한 조직적으로 전산장비, 사무실, 전담부서와 3명 이상의 상근인력(의료 또는 광고 관련 경험·학식이 풍부한 사람 포함)을 두도록 했으며,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적 규모 등 일정 요건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민간영역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초 의료광고 사점심의를 위탁해 진행하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민간 주도로 운영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의협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정치권에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 부활 법안이 발의되자 “자율심의기구는 의료인단체 중앙회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경쟁구도 심화로 사전심의의 본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인단체 뿐 아니라 소비자단체 등 다기관 심의기관체제가 활성화될 경우, 광고주 입장에서는 비교적 심의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기관에 의뢰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고, 여기에는 심의료라는 별도의 수입원 또한 존재하는 만큼 사전심의기관에서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위헌판결이 나기 전인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의협의 경우 12억9,100만원, 그리고 치협은 2억4,700만원의 심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와 관련 치과계 한 관계자는 “의협, 치협, 한의협 등 의료인단체에서 시민단체로 사전심의가 확대되면 최악의 경우 수수료로 장사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이는 곧 느슨한 사전심의로 귀결되며 사전심의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민간영역 확대는 행정권의 검열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이다. 이에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행정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 의료인단체 외에 시민단체 등을 포함시켜, 다기관 심사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심의기관 간 경쟁구도 도입 및 심의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입법예고에 따르면 사전심의를 받고자 하는 의료인의 경우 해당 의료인이 속한 중앙회 또는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사전심의기구 중 어느 곳에서든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