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치과학회(회장 김재곤·이하 소아치과학회)와 사단법인 한국치과교정연구회(회장 장순희·이하 KORI)가 교정과 전문의로 시술 자격을 제한한 구순구개열 급여고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지난 14일 제기했다.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관련 고시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소아치과학회와 KORI는 지난달 20일 치과의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제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구순구개열 급여고시, 무엇이 문제인가?
관련 고시를 살펴보면 구순구개열의 치과교정 및 악정형 치료 급여기준에서 실시기관은 ‘치과교정과 전문의가 1인 이상 상근하는 요양기관’으로, 시술자는 ‘치과교정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아치과학회와 KORI는 해당 고시가 시술자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치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있어 어떠한 급여항목도 실시기관이나 시술자의 자격을 전문의로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 이런 점에서 ‘치과교정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시술자를 제한한 이번 구순구개열 급여고시는 의료인의 자격을 규정한 의료법 위반이며, 환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해당 고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고시 시행일 이전부터 치료 중인 환자가 지속적으로 동일 기관 또는 동일 시술자에게 치료를 원하는 경우 치료계획서를 제출한 상황’에 한해 예외적으로 급여적용이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교정이 아닌 타과 전문의나 GP의 경우에는 현재 치료 중인 환자까지만 치료가 가능하고, 그것도 환자 동의 및 상급종합병원과의 협진체계 구축 등 관련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급여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소아치과학회와 KORI는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 구순구개열 치료의 특성상 기존에도 타병원과 협진체계를 이뤄왔는데, 이를 굳이 의무조항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과 환자의 동의서 제출이 혹여나 시술자격이 없는 의료진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KORI 최종석 명예회장은 “이번 급여고시로 인해 관련 규정을 만족한 특정 의료기관으로의 쏠림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소아치과학회와 KORI는 이번 급여고시가 전문의로 시술자를 제한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아치과학회 김재곤 회장은 “이번 사안이 교정에 한정돼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임플란트 급여기준이 특정과 전문의로 한정됐다면 그 후폭풍은 상당했을 것”이라며 “건보 보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2, 제3의 시술자 제한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말뿐인 개정촉구? 치협에 날선 비판
이번 구순구개열 급여고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소아치과학회와 KORI의 입장은 이미 치과계 곳곳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치과계 대표 학술단체인 대한치의학회(회장 이종호)는 지난 4월 26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해당 고시의 부당함을 알리고 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기로 의결했으며,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이하 치협)도 관련 고시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협조공문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소아치과학회와 KORI가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에 나선 것은 모두 형식적인 수준에서의 입장표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단체는 성명서에서 “이번 결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치협 집행부 역시 보건복지부에 협조공문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협회장이 고시 개정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며, 일반 치과의사의 진료권을 박탈해 특정기관과 치과교정과 전문의만을 위한 특혜를 준 것에 대해 책임자를 징계하고, 전체 치과의사 및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들 두 단체는 이번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제기가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자제를 촉구했다. 최종석 명예회장은 “이번 소송은 치과계를 갈라놓는 잘못된 규정을 바로 잡아 치과계의 화합을 유도하자는 순수한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소송 전 특정단체로부터 함께 소를 제기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정중히 거절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