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해 애니빔레이저를 할부(리스) 프로모션으로 구매했던 치과의사들에게 크고 작은 손실을 입힌 ‘비앤비시스템(대표 이성창)’이 M&A로 기업회생을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앤비시스템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은 치과계 제조사인 P사로, 당초 거론되던 K사와는 다른 회사다. P사는 지난 12일 오전 비앤비시스템 인수협상을 위한 계약금 1억5,000만원을 법원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레이저장비업체 대응 TF(위원장 김영주·이하 레이저장비대응TF)는 지난 17일 치과의사회관에서 ‘비앤비 레이저 업체 기업회생 또는 파산에 따른 회원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긴급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긴급 설명회에는 비앤비시스템 이성창 대표, 이성근 연구소장,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백상 김종훈 사무장, 피해자 모임 대표 안동국 원장 및 피해 치과의사 다수, 비앤비시스템 인수의향을 내비친 K사 대표이사, 레이저장비대응TF 김영주 위원장, 김소현 간사(치협 자재·표준이사), 정영복(공보이사)·이석곤(기획이사) 위원 등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를 장시간 진행했다.
과도한 할부(리스) 프로모션이 부른 화(禍)
비앤비시스템의 애니빔레이저는 2002년부터 1,000대 이상이 시장에 풀린 국산 레이저로 기술력이나 품질은 어느 정도 인정받은 제품이다. 정작 문제는 비앤비시스템이 최근 몇 년 동안 M캐피탈과 연계해 할부(리스) 프로모션으로 레이저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 할부(리스) 프로모션은 초기 1년간 비앤비시스템에서 할부금액의 상당액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400대 이상이 프로모션으로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파격적인 구매조건에 현혹된 상당수 치과의사는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M캐피탈과 계약을 맺었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비앤비시스템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프로모션 지원금 혜택을 중단했고, 레이저를 구매한 치과의사들은 계약이 해지되지 않아 리스비 월정액 전액(약 200만원)을 M캐피탈에 납부하고 있다. 심지어 비앤비시스템에 레이저를 반납했음에도 계약이 해지되지 않아 고스란히 리스료 부담을 떠안은 치과의사도 10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협 관련TF 구성하고 적극 중재 나서
올해 초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 비앤비시스템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에 따라 지난 6월 M&A 매각공고 허가결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수의향자가 최종결정일을 미루다가 끝내 투자의사를 철회해 법원의 신뢰마저 잃은 비앤비시스템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즉 파산선고가 예상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2월 레이저장비대응TF를 구성한 치협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비앤비시스템이 파산할 경우 애니빔레이저, 광화이버 어셈블리, 핸드피스 및 핸드피스 팁에 대한 품목허가도 일괄적으로 취소돼 더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 AS나 레이저 소모품 구입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거나 아예 해당 레이저 사용이 불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회원 피해화 대책 마련 긴급 설명회’에서도 “치과의사들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는 살려야 한다”는 데 대략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레이저장비대응TF 정영복 위원은 “비앤비시스템을 수차례 방문해 자료를 검토하고, 관계자와 면담을 했지만 M&A가 그나마 치과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됐다”며 “이후 비앤비시스템 매각을 위해 다수의 치과기업들과 접촉했으나, 피해자 수가 200명을 넘기 때문에 개별합의를 이끌어낼 엄두가 안 난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정영복 위원은 또 “비앤비시스템이 매각되더라도 법원에서 결정한 채권금액은 개인 피해액의 약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피해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날 긴급 설명회에는 피해자 10여명과 피해자 모임 대표격인 안동국 원장이 자리했다. 안동국 원장은 “지난해 12월 피해자 대표 격으로 5명이 치협 측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딱히 진척되는 것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치과의사들은 개개인별로 피해유형이 다르긴 하지만 비앤비시스템의 파산은 현재 상황에서 ‘최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비앤비시스템이 회생해서 소모품 공급이나 AS가 원활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긴급 설명회에 인수의향자로 참석했던 K사는 내부협의가 지연되면서 인수협상을 위한 계약금 납부시한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으며, 비앤비시스템에 또 다른 P사가 접촉해 법원에 계약금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협 레이저장비대응TF 측은 법원에 비앤비시스템 매각절차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을 더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인수협상 대상으로 떠오른 회사와도 인수결정 시 구매한 치과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학주 기자 new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