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금)

  • 맑음동두천 7.2℃
  • 구름많음강릉 15.6℃
  • 맑음서울 9.9℃
  • 구름조금대전 12.2℃
  • 구름많음대구 11.9℃
  • 구름많음울산 15.5℃
  • 맑음광주 17.6℃
  • 구름조금부산 17.0℃
  • 맑음고창 16.8℃
  • 구름많음제주 17.7℃
  • 맑음강화 9.1℃
  • 맑음보은 11.4℃
  • 구름많음금산 15.2℃
  • 맑음강진군 16.1℃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2.2℃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실사구시, 실학, 그리고 치의학 연구원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점심을 겸해 고교 동기가 방문했다. 필자의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보냈더니 피치 못할 선약이 있다고 미리 축하한다고 왔다. 그는 동기회 활동이 액티브하고 반경이 넓다. 생업인 약국도 주민건강 최일선 보루란 자부심으로 밤 11시까지 한다. 자연히 출간서적이 화제에 올랐다. 그가 “집사람이 독서를 좋아해서 블로그에 전문서평을 쓰는데, ‘실사구시’가 안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책만 파고드는 것은 벌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나도 평소 주변 후배들에게 교수·연구원 안 될 거면 가방끈 길어야 소용없다 소리를 해왔기에 그 말에 공감했지만, 고상한 기품의 친구부인이 떠올라 “그래서 외향적인 자네와 천생연분이 아니냐?”고 했더니 자기 연애할 때 에피소드를 한참 늘어놓았다.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다. 보통 추사 김정희를 떠올리지만 이미 한서(漢書)에 나온 말로 청대 고증학 학자들의 학문방법론으로 되살아났다. 요약하면 정밀한 훈고를 구한다는 것이 첫째고, 둘째는 몸소 행해 실천해야 한다는 것(實踐躬行)이다. 이런 과학적 학문태도는 생활과 유리된 형이상학적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떠나 ‘실학’ 학파를 낳게 했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 실학파의 파급효과는 미미했고 사회개혁 노력도 탄압을 받으며 경세치용(經世致用)적 유파는 제거됐다. 참으로 역사의 안타까운 대목이다. 김정희만 해도 병조참판까지 했지만 정쟁으로 유배되기도 했다(그의 금석문 고증은 탁월하다).


조선 성리학은 조선을 뛰어난 인문국가·도덕국가로 거듭나게 했지만,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성리학(주자학)은 우주 생성과 구조, 인간심성 구조, 사회에서 인간자세에 대한 사색 · 통찰이다. 국가 건립이념으론 훌륭했지만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도구학문으로 변질됐다. 조선 중·후기 이에 대한 반발로 실학이 싹트고 아울러 전문기술학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움텄다. 실학자들은 성리학이 자기수양, 즉 수기(修己)를 소홀히 하면서 치인(治人)에만 치중해서 정치실효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기를 강화 후에 치인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에서 유래한 양명학·도교·선불교·천주교 등 이단사상도 영향을 끼쳤다.


유수원(1694~1755)는 단연 선진 실학자였다. 그는 상공업 진흥을 통해 농업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자고 했다. 이의 실현을 위해 무위도식하면서 문벌에 끼려고 애쓰는 양반들을 농·공·상으로 전업시키고 사·농·공·상을 평등한 직업으로 전문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업에선 무리한 토지개혁보다는 상업적 경영과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함을 주장했다. 상업은 상인 간 합자를 통한 경영규모 확대와 상인이 생산자를 고용하여 생산·판매를 주관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대상인이 학교와 교량을 건설하든지 방위시설을 구축하여 국방일익을 담당, 지역사회 공헌에 기여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로선 신분사회를 뒤흔드는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사상이었다(다시 찾는 우리역사. 한영우 저 인용).


실학운동이 유럽의 산업혁명이나 일본의 메이지 유신처럼 사회변혁으로 유도되지 않음은 역사를 반추할 때마다 안타깝다. 정치체제 뒷받침이 경제발전에는 필수적이다. 둘은 분리될 수 없다. 현대에 이르러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이병철·박태준 등과 더불어 현대 실학운동에 성공한 셈이다. 그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원전을 되살려야 하고 새로운 실학 아이템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치의학만큼 실학적, 실천적 학문도 없다. 국가도움도 없이 민간 치의학과 치의학 산업은 세계 반열에 올랐다. 치과의사 측에 국민 구강건강권 실천만을 요구하면서 일개 국립연구소가 없음은 형평성을 떠나 국격 문제다. 포퓰리즘 복지예산은 펑펑 쓰면서 미래사업 창출은 버려지는 현상이 만연된다. 20세 청년들에게 5,000만원을 주겠다고 헛된 공약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실학을 이끌 정당이 필요한 시점이다. 돈을 돈답게 써야 할 것이다. 정치문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건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여기엔 여야가 없다. 후세인들로 하여금 제2실학운동의 단초가 되는 기회를 놓쳤다는 실책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빈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