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칼 포퍼-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75)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보건소로부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니 인강을 수강하고 보고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2항에 의해 의료인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근래 생각하기조차 싫어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뤄왔던 주제가 하나 있다. 아동학대이다. 최근 발생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과 천안 아동학대 치사사건은 학대를 넘어 잔혹함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뉴스에 접하는 실상이 너무 참혹해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사건은 이유가 있고 동시에 발생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범죄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된다.

 

창녕과 천안 아이는 모두 아홉 살이다. 창녕 아이 엄마는 27세 친모이고, 천안 아이 엄마는 43세 동거모이다. 창녕 계부는 35세로 친모보다 여덟 살 많았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천안 친부는 아이가 9세인 것으로 미뤄보아 동거모보다는 상당히 어릴 것으로 유추된다. 아마도 이 두 가정에서 지배적인 권력(경제력, 나이 차 등)을 지닌 사람에 다른 사람은 방임하거나 동조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심리학에서 아동학대를 개인적인 정신병리적인 문제와 사회적으로 사회심리학적, 생태학적, 문화적인 요인 등으로 원인을 파악한다. 심리적인 면에서 Merrill은 부모의 문제로 생각했고, Faller는 아동이 특별한 신체 조건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원인 제공을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Merrill은 아동학대 부모를 4가지 유형으로 보았다. 우선 일반적이고 가장 많은 형태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만성적인 적개심과 공격성이 높아져 있는 부모이다. 두 번째는 강박적으로 엄격해 합리성이 결여된 부모이다. 셋째는 높은 의존성과 수동성을 지녀 미성숙하고 우울하며 무반응적인 사람이다. 상기 두 사건에서 종속적으로 동조한 부모의 상태로 생각된다. 넷째는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 극단적인 좌절을 가진 부모이다.

 

두 사건의 가정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4가지 유형이 여러 가지로 겹쳐있는 듯하다. 창녕 27세 친모는 4명의 아이가 있고 첫째가 피해 아동이다. 2년에 한 번 출산한 것으로 생각하면 대략 19~20세에 출생한 것으로 유추된다. 고3이거나 막 졸업하고 출산했다는 것은 부모 도움을 받지 못했음을 암시하고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친부와 헤어지고 계부를 만나 행복해졌다면, 친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악몽이고 불행의 근본이라 생각해 자신의 딸이기보다 친부의 분신이란 생각으로 학대했을 것이다. 거기에 학대를 합리화할 우연이 겹치면서 강화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밥 한 끼를 안 주었는데 우연히 그날 돈이 많이 들어왔다면, 그런 학대행위를 합리화하며 타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옆집으로 탈출한 것을 보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강하다고 판단되며 원인 제공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천안 43세 동거모는 거짓말을 했다고 여행가방에 가두고, 오줌을 쌌다고 더 작은 가방에 가두는 것은 강박적 엄격함에 합리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두 번째 유형으로 판단된다. 이런 동거모를 만나 고인이 된 아이의 명복을 빈다. 사건 내용을 보면서 순간순간 분노를 넘어 가슴이 탁 막히고 먹먹해 글을 쓰면서도 자주 멈춘다.


이런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의 축약된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20대, 살기 힘든 40대, 분노조절 장애 시대, 금전 만능주의, 한탕주의 등으로 모두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 스트레스가 사회적·신체적으로 가장 약한 자에게 표출된다. 아동학대와 노인학대다.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첫 장에 실린 글이다. 요즘 그의 글귀가 자주 생각나는 것이 안타깝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분석과 견해 | cash flow의 가치

SPY, GOLD, SCHD, O, JEPI의 수익률 비교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화폐를 발행했고, 이는 달러를 비롯한 명목화폐의 가치 절하로 이어졌다. 이후 2021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위기는 2022년의 연준의 유례없는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이어졌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cash is trash’라고 불리기도 했던 현금의 위상은 재평가 받게 됐다. 2022년은 미국 달러화와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이 크게 하락하는 유례없는 해가 됐는데, 당시 ‘킹달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2022년은 금리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해이고,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금리인상기에는 가치주 투자나 배당주 투자의 적기이기도 하다. 성장주, 부동산, 암호화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받던 가치주와 배당주는 2022년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하며 재평가를 받게 됐고, 기준금리가 오르고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며, 부채 위기로 현금이 귀해진 최근까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가치주와 배당주 투자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져갔다. 2024년 4월 현재도 주식투자를 하는 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