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有)와 무(無)는 인류 역사 이래 사람들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지만 결국 우리의 현실에서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양분적 틀을 대표하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이 훨씬 험했던 과거의 생존부터 오늘날 사회 복지의 개념이 정립된 나라에서의 생존에 이르기까지 양극화된 소유는 결국 생존의 문제와 연결된다. 뼛속 깊이 흐르는 정복과 우월의 바탕 위에 인간의 소유욕은 그 어느 정신도 자족을 가져다주지 못한 채 역사를 만들어 왔다.
심신이 지칠 때면 인생의 허무함을 한탄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의 행보는 이미 소유와 떨어져 나아갈 수 없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떠올리고 실천하려 하지만 근본이 자유로울 수 없는 유물론적 존재에게는 나눔이 도리어 현실적이다.
애플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떠난다는 뉴스와 함께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는 소식은‘잡스 리스크’라는 말로 회자됐다. 그의 유무는 이미 많은 이들의 소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이 혁명과 영감의 지도자를 대신 할 사람이 없다는 부재의 의미에서 정신과 물질의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나이에 비해 수척하고 늙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 참 어떠하다는 피할 수 없는 동시적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지구 자전축의 변화에 따라 3,000년 만에 관측이 가능한 별자리인 뱀주인자리를 추가했다고 한다. 흔히 점성술이나 운세와 연관된 12별자리는 우리의 통념상 타고난 띠처럼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별자리는 실상 지구의 공전 운동으로 관찰되는 별자리다.
예를 들면 9월 16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가장 긴 45일 동안 관찰되는 것이 처녀자리이고 11월 23일부터 11월 29일까지 7일 동안 가장 짧게 관찰되는 것이 전갈자리라고 한다. 지구는 기울어진 자전축으로 약 25,800년 정도의 주기로 세차운동을 하는데 현재의 북극은 북극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 4,000년 전에는 북극이 용자리의 튜반에 가까운 위치였다고 한다.
따라서 정지된 것 같지만 긴 시간의 흐름은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 사이의 18일 동안 새로운 별자리를 관찰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2,000년 후의 북극은 지금의 북극성이 아니라 거문고자리의 베가 근처로 이동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한다.
이렇게 달라진 별자리는 태어난 날과 연관된 성격이나 운명을 짐작하고 결론지었던 사실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과학과 주술 사이의 경계가 묘연해지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억겁의 세월이지만 이 지구에서 짧게 살고 지나는 우리 눈에 고정된 것들도 결국 변하고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 자기장 역시 달라지고 있으며 지역에 따른 그 강도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적 성향도 영향을 받아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 한 백화점 면세점에서는 사은품으로 1달러짜리 10장이 수표책처럼 묶인 달러 북을 증정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 중에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팁으로 줄 수 있게 배려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외화이면서도 달러는 책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돈 이상으로 보편적이고 캐쥬얼 하다는 의미로 다가와 있다.
그렇지만 이미 이 달러 북의 의미는 돈이 이미 돈이 아닌 가치가 되었다는 일종의 경종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우리에게 가장 최고의 가치로 또는 묵시적 궁극인 돈과 소유의 한계는 끝이 없겠지만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것들의 붕괴나 사라지는 경계는 앞으로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