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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공정위로 간 치과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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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 논설위원

치협에 과징금 5억을 부과하기 전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하게 몰랐다. 말 그대로 강자의 힘에 눌려 제대로 항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힘이 되어주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좋은 곳인 줄 알았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을 찾아보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경쟁촉진(각종 진입장벽 및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반경쟁적 규제를 개혁하고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을 규율함으로써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기타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며 정부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경쟁의 원리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도록 하기 위하여 정부에 경쟁원리를 확산시킴)”이 있었다.

 

공정위가 치협을 단체행위로 꼽은 첫 번째 이유는 세미나리뷰 수취거부로 유디치과의 구인광고를 방해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치협 홈페이지 이용 금지행위를 꼽았고, 셋째는 치과기자재업체와 대한치과기공사협회를 대상으로 유디치과와의 거래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생각 없는 언론매체들은 치협과 유디를 뺀 일반치과의사들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함으로써, 온갖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묵묵히 일해온 진정한 치과의사들을 실의에 빠뜨렸다. 공정거개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경제사회의 정의구현이라면, 최소한 일의 자초지종을 따져 판단의 근거를 마련해야지, “의료법과는 별개”라는 책임감 없는 허황된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범죄를 저질러 뺏은 돈을 보호해달라고 하면 보호를 해줄 심산인가 보다.

 

공정위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은 “이번 시정조치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정착되고 궁극적으로는 저렴한 치과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대목이다. 어디에서도 의료서비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들을 저렴한 치과의료서비스로 유도만 해놓으면, 그다음은 치과의사들이 지금까지처럼 알아서 품질 좋은 서비스를 내놓겠거니 하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들은 아직도 의료인들을 한계까지 몰아갔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인술을 고집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도, 치과의사들은 여전히 이 사회의 혜택 받은 강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 이상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저렴한 치과의료서비스는 몰라도 인술을 행하는 치과의료서비스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사회의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을 황금으로 만들어놓고 의술을, 인술을 강요하는 염치없는 사람들!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많은 치과의사들은 고민한다. 젊은 시절에 영재 소리 들어가며, 엉덩이에 땀띠 나게 공부했는데, 그리고 부모님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다른 학과의 몇 배나 되는 등록금을 대주면서도 치과의사만 되면 모든 보상이 따르겠지 생각하면서 희망의 꿈을 간직해왔는데,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어렵게 개업을 했는데, 이처럼 또 다른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꿈꾸어왔던 치과의사의 품위와 자존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장사꾼이 되라 한다. 대출받아 개업을 했는데 환자들은 찾아오지 않고, 원장실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부모님과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고, 학교 다닐 때는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던, 나보다 한참 공부를 못하던 친구들이 동창회에서 해외 연수니, 억대 연봉이니 하며 내 자존심을 긁던 기억들을 씁쓸하게 되새겨본다. “열심히 공부해서 인술을 베푸는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어야지”라는 꿈은 사라졌다.

 

이쯤 되면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치과의사의 자존심을 팽개치고, 누구처럼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불법광고, 환자유인 등을 적절히 섞어 줄다리기를 하면서 환자를 불러 모은다. 그리고 박리다매의 원칙으로, 법의 경계선에서 적절한 과잉진료를 한다. 치과계 판에서 의술을 몰아낸 장본인들이 생태교란종인 붉은귀거북, 큰입배스, 황소개구리처럼 ‘싹쓸이’를 하는 판에, 나라고 배고프게 인술이니 그런 것 외치게 생겼어? 치과의사에서 장사꾼으로 마음 한 번 바꾸면, 돈 많이 벌 수 있는데…

 

공정위는 부디 단합이 힘들어 정어리떼처럼 다른 고기들을 위협할 수도 없는 치협을 강자로 몰아세우지 말고, 지금 현재 최대한의 인내로 어려움을 버텨내고 있는 일반치과의사의 신음을 들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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