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의료기관이 ‘별관’을 설치해 환자 진료를 분산하거나, 시설을 분리할 경우 의료법 33조 8항 이른바 ‘1인1개소법’을 위반하는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기존 치과를 인수해서 ‘분원’으로 운영한다면, 이를 단순히 의료기관 시설을 분리한 ‘별관’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최근 서울 모 구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폐업 치과 인수해 별관으로 변경신고?
서울 A구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장의 일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치과를 폐업하게 된 B치과에 대해 인근의 C치과가 진료 중이었던 환자에 대한 마무리, 기존 치과기자재에 대한 처리 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구회를 비롯한 주변에서도 C치과 원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C치과 원장이 관할 보건소에 B치과를 인수해 자신의 치과 ‘별관’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료기관 개설변경신고 문의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주변 치과에서는 “폐업 치과를 인수해 명목상 ‘별관’으로 신고하고, 실질적으로 한 원장이 치과 두 곳을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A구회 관계자는 “C치과가 아직 변경신고 등을 한 상태는 아니지만, 관할 보건소에 B치과를 인수해 별관으로 개설했을 때 법적 문제가 있는지를 문의했고, 보건소 담당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때문에 구회에서는 현재 의료기관 별관 개설에 관한 규정 등이 치과의원에도 해당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서울지부 법제위원회는 최근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지부 서두교 법제이사는 “1인1개소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며 “의료기관 ‘별관’ 개설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있다고는 하지만, 치과의원이 해당되는지 등에 대해 법적으로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별관’ 개설변경신고, ‘반려’ 사건에 주목
최근 A구회에서 벌어진 이번 경우와 매우 유사한 사건이 부산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지난 2014년 부산의 모 치과원장(원고)은 ‘별관’을 개설해 변경신고를 하고자 했는데, 관할 당국이 이에 대한 의료기관개설 변경신고 건을 반려, 2년여간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고등법원에서 원고는 패소했다.
지난 2014년 부산 진구에서 공동개원 치과를 있던 D, E 원장은 기존 치과에서 도보로 3~4분 정도 떨어진 건물에 치과의원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보건복지부와 관할 보건소에 질의했다.
이에 복지부는 △본원과 인적·물적 통합시스템으로 운영될 것(환자 진료, 인사, 재무관리 등 의료기관 운영이 하나로 이뤄질 것) △환자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본원으로부터 성인남자 기준 도보로 이동한 시간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할 것 등을 전제하면서 “시설의 확장개설은 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관할 지자체에서 현지 입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 검토해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 보건소는 “분원에 치과의원을 운영할 모든 시설(접수대 등)이 구비된 경우 본원과 의료기관 운영이 하나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및 운영하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제33조 8항에 저촉될 수 있어 확장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이에 원고 측은 부산진구청장을 대상으로 ‘의료기관개설 신고사항 변경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이후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 2016년 원고의 상고취하로 이 사건은 종결됐다. 결국 법적으로도 치과의원 별관 확장은 무산된 셈이다.
치과의원 별관 개설, 1인1개소법 위반 소지 다분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의료법의 목적과 취지, 의료법 법령의 제 규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부산진구청)는 의료기관 변경신고를 수리함에 있어 의료법 제33조 8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실질적 심사를 할 수 있고,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변경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가 실질적인 심사를 한 것은 원고의 사익에도 부합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자체가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서류심사 등 형식적인 검토만을 하고 변경신고를 수리했다면, 해당 치과는 현행법을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가 계획한 대로 별관을 확장 운영한다면, 1인1개소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33조 8항은 의사가 의료행위를 실질적으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하나의 의료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그 운영까지도 하나의 의료기관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 유인행위를 하거나 과잉 및 위임진료 등 불법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장소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더라도, 하나의 의료기관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시설확장 신중히 접근해야
당시 원고들은 별관으로 치과의원을 확장해 별도의 환자 대기실 및 접수실, 기공실, 방사선실, 진료실을 구성하고, 의료진이 순환 근무하는 형태로 환자를 치료할 목적이었다. 재판부는 “본원과 분원 사이 거리가 5분 이내라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서 “본원의 시설확장이 아닌, 별개의 의료기관 개설에 해당한다”고 원고의 청구를 최종 기각했다.
‘별관’ 확장 개설은 치과보다 의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문이다.
서울지부 서두교 법제이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33조 8항의 핵심이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과연 아무리 5분 이내 거리라고 해도 치과의원이 별관을 운영할 여건이 되는지 상식선에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기관이 별관 등 시설 확장 시 관할 지자체 등 당국은 의료법 33조 8항 위반 여부를 더욱 철저하게 심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