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만연하고 있는 불법의료광고와 상식을 벗어난 저수가 덤핑으로 치과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이하 서울지부)는 ‘불법의료광고 및 저수가덤핑치과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신동열·이하 불법대책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울지부 불법대책특위는 개원질서를 다시금 확립하고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특위의 활동 방향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7일 불법대책특위 제4차 회의를 겸해 진행된 좌담회에는 신동열 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위원이 참석했으며, 특위 위원인 서울지부 장영운 대외협력이사가 사회를, 서두교 법제이사와 서초구치과의사회 진승욱 부회장(前치협 정책이사)이 패널로 나서 ‘왜 덤핑저수가 임플란트는 사라지지 않는가?’를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박영채 원장이 특참해 좌담회를 참관했고, 덤핑 저수가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결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편집자 주] |
장영운(사회) : 오늘의 좌담회 주제인 ‘왜 덤핑저수가 임플란트는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개괄적인 질문을 먼저 하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고, 왜 이렇게까지 동료 치과의사의 자존감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지경까지 왔을까?
서두교 :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덤핑은 마케팅 전략 중 공급자가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알려져 있다. 치과는 비급여 진료에 있어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큰 편이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대로라면 덤핑에 매우 취약한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를 일반 공산품 가격 마케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치과에서 원가를 낮추는 전략은 네트워크십을 공유해 공동구매하거나, 공장형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자기자본은 물론, 외부자본의 대규모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공장형 진료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치과들의 경우 환자유인을 위해 과도한 저수가 덤핑을 미끼로 내놓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로 대표되는 저수가 치과들의 행태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임플란트 급여화와 본인부담금의 지속적인 인하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험 임플란트 전체 급여 중 30% 본인부담금이 기준점으로 작용한 듯한 모습이다.
진승욱 : 덤핑치과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쫛쫛치과 옆에서 페이닥터로 활동하던 시기 내가 진료했던 치과의 임플란트 수가는 250만원 수준이었다. 십수년이 지난 현재 강남권 치과들의 임플란트 수가는 평균 120만원 정도이고, 문제가 되고 있는 초저가 덤핑치과의 수가는 솔직히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 수준이다.
‘왜 덤핑저수가 임플란트는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일선 개원의로서는 솔직히 비관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자면, 이 말도 안되는 저수가가 과연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저수가 경쟁이 이제 특정 대규모 네트워크 치과만의 문제가 아닌, 신규 개원의들이 자리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덤핑을 하는지에 대한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영운(사회) : 덤핑치과는 불법 환자유인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물론, 과잉진료, 치과의료서비스의 질하락 등 치과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높다. 특히 이 같은 인식이 높은 것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SNS를 통해 행해지고 있는, 가격만을 내세운 의료광고로 인해 치과의 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높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두교 : 현재 온라인을 통한 광고는 워낙 방대하고, 그 형태도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광고 유통매체와 형식은 다양화하고 있는지 몰라도 그 내용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임플란트 저수가를 강조하고 있다. 일부 광고들의 경우 불법성이 농후하지만, 의료법에 의해 직접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핸 광고업체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치과의료광고 중 30% 의료법을 위반한 광고이고, 이 중 90%가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불법의료광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지부 법제부는 각 구회의 민원,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에 따라 사법당국에 고발도 하고 있다.
의료광고사전심의 대상, 특히 인터넷 매체에 대한 사전심의 대상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이는 제도적으로 보다 강화돼야할 측면이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비급여 진료비 의료광고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승욱 : SNS를 통한 무분별한 임플란트 저수가 광고가 가장 큰 문제다. 더욱이 이 같은 광고를 실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명확하지 않고, 민원과 고발을 지속해서 해도 대부분 시정조치나 법적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회원들은 이제 자포자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의료광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집요하고 꾸준하게 대응해야 한다.
서울지부 37대 집행부에서 법제이사로 있을 때 광고회사들의 행태를 직시한 적이 있다. 임플란트 저수가를 부추기는 것은 결국 광고회사들인 경우가 많았다. 광고회사가 먼저 주면 치과들보다 저수가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었고, 심한 광고회사가 환자를 연결하는 일도 수두룩했다.
불법의료광고에 맞서 불법행위로 인한 문제, 그로 인한 피해,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부나 협회 차원의 대국민 홍보와 매우 적극적으로, 과할 정도로 해야 한다.
장영운(사회) : 최근 치과신문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저가 임플란트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인식도 조사에서 ‘본인만 살겠다는 이기적 행동’, ‘환자를 기만하는 과잉 미끼광고’라는 인식이 높았다. ‘경쟁심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치과의사는 매우 소수였다. 이 같은 인식에 비춰본다면, 개선의 여지는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더불어 임플란트가 과연 치과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서두교 : 여당이 급여 임플란트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 등을 감안했을 때 보험수가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가 바로 비급여 임플란트 저수가 덤핑 때문일 것이다. 저수가 덤핑치과가 시장을 왜곡하는 순간 불행은 전체 치과계로 번질 수 있다.
최소한 보험수가만 잘 지켜줘도 향후 수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비급여 임플란트 수가가 계속 논란이 되겠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한다면 대표적인 항목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다.
진승욱 : 비급여 임플란트 수가 하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본다. 소위 ‘덤핑’도 대중화될 조짐이 보인다. 이런 악조건에서 보험 임플란트를 확대할 때 그 수가를 보호하기 위한 치협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덤핑치과 문제, 결국 치과의사의 과잉 배출을 막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이 또한 협회에서 노력할 부분이다. 전체 치과의 매출을 도형을 그리면 예전에는 마름모꼴이었다면, 지금은 호리병 모양이다. 그만큼 치과의 양극화가 매우 심해졌다는 뜻이다. 덤핑치과가 사라지려면, 결국 경쟁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치과의사 정원 문제로 풀 수 밖에 없다.
장영운(사회) : 오늘 특별히 참석한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박영채 원장으로부터 좌담회에서 다뤄진 주제와 관련해 현재 정책연구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고, 또한 복안은 있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박영채 원장 : 치과의사 과잉 배출, 향후 치과대학 정원 조정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현재 치과의사가 왜 과잉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논거를 마련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기존에 이뤄진 다양한 연구에서 이미 치과의사 과잉 문제는 지적된 바 있다.
몇몇 지자체에서 선심성 공약으로 치과대학 신설을 매우 거칠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책연구원 또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보조인력 문제, 과도한 수가경쟁, 행정부담 완화 및 사회적 견제 완화 등 치과계를 둘러싼, 특히 개원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불법의료광고는 덤핑 저수가 치과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환자유인, 불법 위임 및 과잉 진료로 이어져 결국 치과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더욱 큰 문제는 거대 자본이 치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회사를 통해 광고를 발주하고, 투자한 모기업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투자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치과를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정책연구원은 불법의료광고 문제, 덤핑저수가 치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개원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공모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좌담회 또한 치과 개원환경 개선을 위한 현실을 다시금 직시할 수 있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연구해야할지 다시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정리_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