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 맑음동두천 24.1℃
  • 맑음강릉 27.6℃
  • 맑음서울 23.6℃
  • 맑음대전 24.4℃
  • 맑음대구 25.7℃
  • 맑음울산 24.9℃
  • 맑음광주 24.1℃
  • 맑음부산 23.6℃
  • 맑음고창 23.2℃
  • 맑음제주 20.9℃
  • 맑음강화 20.3℃
  • 맑음보은 24.0℃
  • 맑음금산 24.4℃
  • 맑음강진군 25.7℃
  • 맑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4.4℃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택시기사 그리고 치과의사

URL복사

박창진 논설위원

최근 택시 요금이 600원 인상되었다. 인상된 요금에 맞춰 미터기를 업그레이드하려고 10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게 된 기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필리핀에는 치과의사가 남아돌아 택시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갑자기 생각났다.

 

지난 3년 동안 2,321곳의 치과가 폐업했다는 기사를 최근 접했다. 매일 2군데 이상의 치과가 문을 닫은 셈이다. 필리핀의 택시기사처럼 동료 중 누군가는 치킨 집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그저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다.

 

며칠 전 저녁 시간 즈음에 택시를 탔다. 연세가 아주 지긋한 택시 기사 분이 운전 중 발견한 음식점을 보며 갈매기살에 소주나 한잔 하면 좋겠다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즐비한 기사식당을 보며 “저런 집은 다 장사 안 되는 집들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가서 먹어보면 금세 알아. 일단 식당은 밥을 잘해야 되는 건데.”

 

사람들이 자기 식당으로 오라고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주차해준다고 저렇게 수건 흔들고 난리쳐봐야 기사들은 안 가. 식당이면 밥을 따끈따근하게 새로 지어 내놓아야 하는데 미리 지어놓아 파리가 빨고 간듯한 밥 한 숟가락 먹고 나면 그런 데는 다신 안 가지. 기사식당 해서 돈 많이 벌은 식당들은 전부 다 그랬어, 밥이 맛있어 봐. 간장 하나만으로도 맛있게 밥 먹지”

 

흔드는 수건을 보고 들어온 손님이 다음에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수건 흔드는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하고 외부에는 커다란 간판을 세운다. 불안한 마음에 옆집 식당을 들여다보고 제육볶음 가격을 낮춘다. 인터넷에 광고를 내거나 잡지나 신문에 돈을 주고 광고기사를 요청한다. 그런 악순환을 거쳐 결국은 문을 닫게 된다. 어쩌면 현재 치과계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식당들이 목이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값비싼 인테리어를 해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조미료를 듬뿍 넣은 음식에 미리 해놓은 밥을 좋은 그릇에 차려 젊고 어여쁜 직원이 들고 나오고 뜨내기 손님을 받는다. 내가 지은 밥맛을 알아주며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 그 밥맛에 이끌려 누군가를 데려올 수 밖에 없는 식당들은 수건을 흔들지 않아도 늘 자리가 부족하다. 그리고 식사를 한 손님이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간다.

 

치열한 경쟁의 구도 속에서 치과도 아주 다양한 형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데스크에는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의 직원이 자리를 채우게 된지 이미 오래다. 안마의자를 들여놓은 곳부터 손톱정리를 해주는 곳까지 아주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환자를 직접 만나는 진료실 직원들에게 그들의 기본 업무인 임상적인 부분들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병원은 매우 드문 것 같다. 피상적인 마케팅, 경영, 서비스 교육과 달리 임상과 연관된 교육은 식당에서 제대로 된 밥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는 지금 치과에 앉아있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과 직결된다. 하지만 우리는 길가에 나가 수건을 흔드는 일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성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제대로 된 밥맛을 찾아 다니는 사람보다는 무릎을 꿇고 친절한 목소리로 매뉴얼대로 주문을 받는 서비스가 좋은 식당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수건을 흔들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잘 먹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들을 것인지 사이에서 언제나 고민하게 된다.

 

맛있는 밥을 짓는 방법을 고민하는 식당 주인이 많아져서 그런 식당을 찾는 좋은 손님들이 또한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마음으로 지은 밥이 당당하게 더 비싼 값을 받게 됐으면 좋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뉴스가 사회를 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글을 쓰려고 지난번 투고한 글을 찾다보니 금주의 인기기사 4위에 오른 것에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혹’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탓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믹스커피의 유혹’이란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필자의 기호식품에 대한 글이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독자들도 믹스커피의 유혹에 견디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머리기사는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낚임성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가지 기사를 서로 재생산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이다. 24시간 뉴스 채널이 없던 90년대 초반까지는 그렇게 흉악한 범죄도 많지 않았다. 24시간 뉴스를 생산해야 하다 보니 나쁜 것을 계속 키워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몰라도 될 일들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되는 시대다. 타임지 창립자 헨리 루스의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아니다. 나쁜 소식이 뉴스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뉴스를 들을수록 나쁜 소식만 가득한 세상으로 보인다. 심지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고까지 에둘러 비판한 사람도 있었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집을 팔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