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에서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살펴보면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다는 의료행위의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진료거부를 하지 못하고, 진료기록부를 기록해야 한다는 등의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의료인은 이러한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치료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행위를 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환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받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포항 소재 병원에서 응급실로 이송된 익수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응급의학과장의 지시에 따라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던 인턴이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을 산소잔량을 확인하지 않아 환자에게 산소공급이 약 18분간 중단되는 바람에 환자가 결국 사망에 이르러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인턴에게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취지로 원심법원에 파기환송하였다(2011. 9. 8.선고 2009도13959).
당시 인턴은 환자가 산소 부족으로 몸부림을 치고 동승한 환자보호자가 산소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때까지 이를 알지 못하였으나, 당시 응급의학과장으로부터 앰부 배깅(ambu bagging)과 진정제 투여만을 지시받았을 뿐 이송 도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고, 산소통에 부착된 압력게이지 등에 나타난 수치를 통해 산소잔량 및 산소투입 가능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것은 의과대학 교육이나 인턴 과정에서도 교육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여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결문에 기재되어 있다(응급의학과장도 인턴과 함께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었는데 항소심에서 벌금을 선고받자 상고를 하지 않아 유죄로 확정되었다).
환자는 의료인에게 항상 최선을 진료를 통해 질병을 완치시켜 줄 것을 원한다. 그 과정에서 설명도 자세히 해주고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게 해주며 진료비는 싸게 해 줄 것도 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시간이나 병원 상태, 인력여건 또는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보건향상의 책임을 지고 있기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대한 의료과실을 피하도록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하고, 여건 자체도 개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위 사건에서 비록 인턴에게 산소통의 산소잔량 여부를 직접 확인할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만약 병원구급차와 관계된 누군가가 약간의 주의를 가지고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였다면 한 사람을 목숨을 잃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 의료는 분업화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련자 각자의 본분을 지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것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원하지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의료인 또는 의료관련인력에 있어 자신이 맡은 본분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히 한계지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관행이나 편의라는 명목으로 의료인이 직접 하여야 하는 일을 다른 의료관련인력에게 맡기는 것은 스스로 의료인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져버리는 일이고 이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아 스스로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