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불상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즉 옆에서 허리의 굽은 정도를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은 허리가 활처럼 펴져서 뒤쪽으로 젖혀져 있다. 고려시대 불상은 허리가 반듯하게 펴져있는 정도이고 조선시대에 오면 허리가 굽어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불상을 전각 중앙에 모셨다. 불전은 곧 붓다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당 내에서는 큰 스님 등 높은 품계의 스님 외에는 예불을 드릴 수 없었다. 따라서 신도들은 불전 마당 건너편에 있는 만세루나 다른 전각에서 예불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상의 시선도 먼 곳을 향해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전란이 많았던 고려에 와서는 표현의 미숙이 보인다. 다소 산만하고 신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도한 양식적 표현만이 나타난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찰 경제가 어려워지자 많은 신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불단을 불전의 후면으로 옮기고 신도들을 불당으로 들어오게 한다.
이렇게 되자 불상의 시선이 좁은 불당 안에서 신도들과 마주치기 위해 자연히 허리를 앞으로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자존심과 관계되기 때문에 머리의 각도보다는 허리의 각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자현 스님의 “사찰의 상징 세계”중에서). 그 변화가 사찰 경제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부처에 대한 경외심이 하향화 된 것에 대한 손익 계산은 한번쯤 해봐야 할 것이다.
일련의 치과계 사태를 보면서 환자들과 시선을 마주치다 보면 자연히 허리가 굽거나 심지어 자존심인 고개까지 숙여질 지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이 우리 치과의사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에 숭유억불 정책이 부처님의 허리를 굽게 만들었듯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내몬 장본인이 아닐까한다. 과잉 치과의사 배출로 인한 과당 경쟁을 통해 저수가 의료정책을 시도하려 했던 정부정책이 이처럼 죄 없는 치과의사의 허리를 굽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SIDEX 때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 집행부에 바라는 점 1위에 치과의사 공급과잉 구조 해소를 꼽았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점을 국민에게 잘 전달한다면 국민 구강보건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책은 치과의사와 같은 답이 나온다고 확신한다. 그런 관점에서 국민 구강보건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 전임 협회장이 피소됨으로써 또 다시 협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되었다. 이번 일로 창피해 하거나 기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협회장이 오죽했으면 국회를 제집 드나들듯 찾아다니며 잘못된 정책을 고치고자 노력했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마치 6.25 전쟁 때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미군 구호품을 입고 있는 모습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전문의제도나, 입학 정원 문제 등이 없었다면 불법 네트워크 치과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협회장도 입법 로비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이번 기회에 정부나 국민에게 이렇게 발버둥치려는 이유가 잘못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에 있다는 것을 강력히 어필해서 근본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회원들의 굽어진 허리가 펴지면서 통일신라불상처럼 당당한 허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